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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Mar 24. 2022

다시 통영! 4

충무 김밥, 외도행

    

첫날은 중앙 시장에서 전복 구입, 바닷가 백숙집에서 점심, 산양도로 드라이브, 달아 공원 산책, 클라우드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봄날의 책방 구경, 통영 친구 집 방문, 3만 원 상 다찌로 끝났다. 12시 반에 도착해서 밤 9시 반까지 한 일들로는 적당한가? 나야 늘 오는 곳이라 아무래도 괜찮으나 통영이 처음인 친구가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맛있는 도시를 흠뻑 즐겼으면 한다.

      

두 번째 날은 거제도의 외도로 가기로 했다. 난 외도가 생겼을 때부터 몇 번 간 적이 있어서 굳이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꽃집을 십수 년 간 경영했던 친구는 가고 싶은 눈치였다. 통영 친구도 남자지만 섬세하고 꽃을 좋아한다. 아침부터 배편을 검색해 본다. 미리 예매하면 몇 천 원쯤 저렴하다. 장승포, 지세포 등 여러 항구에서 유람선이 있다. 주로 해금강을 들렀다 외도에 내려주고 2시간의 자유 시간을 준다. 1인당 13000원에서 15000원 정도이다. 그 차이를 몰랐는데 제일 싼 표로 샀더니 해금강에서 거리가 가까웠다.

     

원래는 해물 뚝배기를 먹고 출발하려 했으나 시간이 촉박해서 봉수로 초입에 있는 충무김밥을 먹고 가기로 한다. 전부터 시장 쪽에 있는 원조보다 맛있다고 친구가 자랑한 곳이다. 4인분이나 주문해서 놀랐으니 아침도 먹은 주제에 잘도 쑥쑥 들어간다. 무김치와 오징어무침뿐인데 김이 일단 맛있으니 서울에서는 먹을 수 없는 맛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밥이 좀 거칠었다. 그건 아마 우리 집이 밥에 찹쌀을 늘 섞어 먹기 때문인 거 같다. 커피는 바로 옆 카페에서 주문했다. 신기하게 봉수로 그 동네는 다 맛있다! 밥이든 커피든!

     

차로 1시간 반쯤 달려 장사도에서 유람선을 탔다.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산책로도 있고 흐린 날씨였지만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친구는 방향만 바꿔도 다른 경치라며 신이 난 모양이다. 나와 달리 친구는 원래 사진을 잘 찍고 좋아한다. 40년 전에 못생기고 뚱뚱한 나를 모델로 이래라저래라 하며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하는 짓을 친구는 미리 한 셈이다. 숱한 이사를 거쳤지만 노모는 그 사진들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 친구에게 보여주면 놀랄 모습이 기대된다.

     

외도는 좋았다. 해도 나와 주고 파도도 잦아들어 2시간 산책이 아쉬울 정도였다. 아직 꽃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벌써 섬을 가꾼 지 30년이 넘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사실 처음 외도에 왔을 때는 과장되다고 느꼈다. 그때는 나도 섬도 젊었다. 풍파에 지치지 않은 동지애도 느껴졌다. 사람이고 섬이고 열심히 가꾸고 보살펴야 찌들지 않는 법이다. 또 10년 후쯤 이 섬에 오게 된다면 그때는 어엿한 작가가 되어 있었으면 한다. 통영 친구는 너무 맘에 들어 사장님을 만나 일할 사람 안 필요한 가 묻고 싶다고 하며 찾으러 다녔다.

      

마침 거제도에 간 날이 케이블카 개장일이었다.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니 날씨만 좋으면 한려해상이 다 보일 거 같다. 통영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있어 들러 볼까 했으나 다음을 기약했다. 날씨가 좋고 꽃도 많이 핀 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시 오자고 셋이서 약속했다. 어른들이 늙으니 꽃이 좋다고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땅에 어쩜 우리가 퇴화되어 한 송이 꽃이라도 되면 좋으리라...     5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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