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뒷모습은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있다. 아기 때는 엄마 등에 업혀 자랐고 시장 갈 때는 엄마 뒤를 졸졸 따랐으며, 좀 컸다고 목욕탕에서는 아버지 등을 밀었다. 포대기에 싸여 업히고 때수건을 박박 문질러야 했던 그때 부모님의 등은 포근하고 넓었다.
마카오를 찾는 여행자들은 보통 세나도 광장 위쪽의 성바울 성당 유적을 방문한다. 오래전 화재로 인해 이제 언덕 위에는 웅장한 성당의 전면부만 외롭게 남아있다. 유럽풍 조각 장식의 멋진 모습을 배경으로 여행자들은 보통 그 앞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남기지만 성당의 뒷모습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몇 발짝 더 들어가 보면 성당의 뒷모습은 투박한 벽돌과 전면을 지탱하는 철골로 오래전 화재의 상처를 아프게 간직하고 있다.
사랑은 예쁜 페이지를 펼치며 시작되지만, 책의 다른 페이지도 더 넘겨 보아야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달을 사랑한다면 달 뒤편으로 탐사선을 띄워 뒷모습을 살펴야 한다. 뒷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채 달의 앞모습이 태양에 반사되는 것만 보며 보름달이네, 초승달이네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품에 꼭 안아보자. 두근대는 그의 왼편 가슴이 나의 오른쪽 가슴을 통해 느껴진다. 하지만 껴안음의 진정한 가치는 서로의 등을 어루만짐이다. 따뜻한 손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보듬어 안는 순간에 있다.
뒷모습은 다가감보다 멀어짐, 빛보다 그늘, 같은 길 보다는 다른 길을 이야기한다. 마주 보거나 나란히 걷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조금 떨어져 뒷모습을 보아야 한다. 그의 뒷모습이 좀 더 이해된다면, 혹시 연민의 감정이 든다면 다가가서 꼭 안아주자. 뒤에서 껴안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그의 뒷모습은 나의 뒷모습과 겹친다. 어쩌면 그 순간이 김창옥이 말한 사랑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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