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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Nov 14. 2020

눈이 참 예쁘시네요

'저분이 저렇게 눈이 예뻤나?' 마스크 쓴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랄 때가 많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들어봐도 외모의 재발견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마스크로 코와 입 등 얼굴 절반을 가리고 눈내놓으니 다들 잘 생겨 보인다. 그동안 생각했던 이목구비의 조화 같은 건 소용없었다. 아이돌 그룹에 '외모'담당하는 멤버가 있듯이, 얼굴에서는 눈이 바로 '예쁨'담당하는 멤버였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tvN '알쓸신잡 7화 -춘천편'

동양인과 서양인은 얼굴의 근육 발달이 다르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람은 많게는 80개의 근육을 사용하여 만 가지의 다양한 표정을 만드는데, 동양인은 주로 눈 주위 근육을 움직이고, 서양인은  주위 모양으로 감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 이모티콘도 동양은 눈 모양으로(^^) 서양은 입 모양으로(:-D) 표현한단. 동양에서 마스크에 좀 더 호의적인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겠다. 눈으로는 눈웃음, 은근한 리액션, 공감이나 중 같은 호감 표현이 쉽다. 무의식중 얼굴에 나타나는 애매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감출 수 있다. 썩소는 입 주변에 사는데, 그 녀석은 마스크로 가려진다.


우리는 솔직함과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며 살아간다. 사람은 가능하면 상대에 호감을 주려는 사회적 동물이라서 적나라한 감정 표현을 부담스러워한다. 지하철에서 지퍼 열린 배낭을 메고 있는 이를 볼 때처럼, 감정을  잠가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피부와 옷으로 더럽거나 부끄러운 내부를 감추듯, 사람은 내면에 감출 것은 감춘 채로 마스크를 쓰고 눈만 반짝이며 예쁜 표정을 짓는다.

Feel the Rhythm of KOREA : Seoul

요즘 한국 홍보영상으로 아주 핫한 그룹이 있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그들이다. 둥둥거리는 베이스 리듬을 배경으로 판소리 가락이 독특한 춤과 어울려 한국적이면서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단원들은 실내에서나 실외에서나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춤을 춘다. 방송에서 밝힌 그 이유는 자신들의 눈이나 표정을 보지 말고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달라는 뜻이라고 다. 오히려 눈을 가림으로써 멋진 몸짓이 주목받는다.    


살면서 다른 이가 보여주려는 것이라도 보고 살면 좋겠다. 면접이나 오디션, 소개팅처럼 잘하는 것이나 좋은 점만 보여주고 싶은 시간. 어쩌면 그것밖에 보여줄 것이 없어서, 그거라도 정성을 다해 치장하고 노력하면 그냥 마음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눈이 예쁘면 그냥 '눈이 예쁘시네요.' 하고 칭찬하, 눈을 가리고 춤을 추면 몸짓에 감탄하면 좋겠다. 굳이 흠을 들춰낼 필요가 있을까. 예쁘고 멋진 것들만 들춰보며 살기에도 삶은 짧다.


시간 속에 모든 것 변한다. 사람의 장점이 점점 약점으로 되기도 하고, 흠은 세월의 바람을 맞아 점차 메워져 간다. 사람의 눈이 얼굴에서 '예쁨'을 담당하는 멤버이듯,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은 에서 '존중'을 담당하는 멤버가 된다. 그런 예쁜 눈을 서로 마주보며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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