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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ul 14. 2021

마지막 숨은 나와 함께

아침에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기 전에 숨을 한번 크게 쉰다. 출근하러 에서 나서는 길에서,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의 한 모금 커피를 마시고 또 한 번 크게 숨을 쉰다. 새로운 공기가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걸 느끼며 몸은 점차 깨어난다. 숨 쉬는 일은 보통 무의식적 행위이지만 하루에 몇 번은 의식적으로 숨에 집중한다. 가끔 천천히 내쉬는 깊은숨에 마음이 편해진다. 숨을 쉬는 동안 마음이 쉰다. 숨은 몸이 마음에 보내는 격려의 신호다.


우리 몸에 멈추면 안 되는 것들은 의지로 멈출 수 없게 되어 있다. 뇌에서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심장 박동이나 위의 운동, 쓸개즙의 분비 같은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런데 숨은 다르다. 계속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음에도 숨 쉬는 일에는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 그래서 호흡법이라든지 숨쉬기에 대한 이론들도 많이 나온다. 목숨이라는 단어가 숨에서 왔듯이, 삶에 절대적인 활동이 숨이다. 호흡이라는 말도 가만히 보면 호하고 내쉬는 숨과 흡하고 들이마시는 숨의 의성어처럼 들린다.    


숨은 숨는다. 공기 중에 바로 숨어들어 좀처럼 볼 수 없다. 추운 겨울에 하늘 향해 후우하고 숨을 내쉬면 그제야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는 보지 않아도 숨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잠에 빠져 사근사근 색색 대는 작은 숨결에서 달큰한 향이 풍겼다. 좀 더 자라서 숙제한다고 일찍 깨워달라 했던 아이의 얼굴을 향해 숨을 후우 불면 찌푸리는 속눈썹에서 숨이 보였다. 좀 더 자라 첫사랑에 숨이 막힐 지경이 되면 아이는 밤새 그리움의 한숨을 쉬게 될지도 모른다. 숨은 마음에 숨어들면 향기와 사랑과 그리움을 담는다.


누구나 태어나서 가장 처음 한 일이 숨 쉬는 일이었다. 숨은 평등하다. 지구상의 누구나 신분 국적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차별 없이 필요한 만큼만 쉬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삶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일도 숨 쉬는 일이다. 삶은 숨쉬기의 과정이라서 숨을 터뜨리며 시작해서 숨이 넘어가며 마무리된다.


숨 쉬는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 아내와 처음 만나고, 숨을 참지 못하듯이 사랑을 참지 못했다. 오랫동안 가까운 곳에서 호흡을 맞추는 사이가 되었다. 숨 쉴 틈 없는 세상에서 숨죽이며 살기도 하고, 숨 막히게 긴장하는 시간도, 숨 차게 달리는 시간도 보냈다. 이제 며칠 후면 아내의 생일이다. 아내가 세상에서 첫 숨을 내쉬었던 날이다. 각자 첫 숨을 쉰 날은 달랐고 그때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었지만, 부디 마지막 숨은 함께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하길 바란다. 이번 아내의 생일에는 예쁜 초에 불을 붙이고 후우~하며 함께 큰 숨을 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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