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잠시 자리를 뜬 사이 반짝 푸른하늘과 흰 구름이좋은주말 아침,집에서멀지 않아 그냥 '저기 산이 보이네.'하던 낮은 산에 올랐다.하늘과 나무와 풀과 바람그리고 그늘을따라 걷는 길,후덥지근한날씨에땀은 꽤흘렸지만,사방이 탁 트인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세상흔한 것들이 모여나를 돌보고 있다. 항상곁에있어존재를잘느끼지못하는것들. 이를테면 나무와 풀과 바람, 흙과 물과 공기, 바위같은 것.흔한 것이 흔한 이유는오히려꼭 필요해서흔해지지 않으면 큰일이니까흔하게 된 것이아닐까.자주 잊고 산다. 우리는 우리가무시하는 흔한 것들덕에무사하게살 수 있다는 사실을.
흔함과 귀함은 서로반대말이 아니며,귀하다는말은희소함을헤아리는표현이 아니다. 우리는 흔하면서 동시에 귀한 것들덕분에살아간다. 그러면서도흔하지 않은 것만을 귀한것이라고 여기며 가지려고 애쓰고막상가지면 또 다른 것을욕망한다. 그러나 흔하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그게 없어도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 세상 흔한 것들은조금만 덜 흔해지더라도 곧바로 티가 난다.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이상은_ '언젠가는'중).
당연히 여기고 항상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다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들. 지는 꽃이나 시드는 풀처럼, 떠나고 스러지고 나면그제서야 흔했고 또 찬란했던 것을깨닫고 그리워한다.
기대가 이루어지는 일보다 그러지 못한 경우가 흔하고, 마음이 기뻐붕 떠오르는 일 보다무거워 축가라앉는 일이 흔하다.살다 보면 기억보다 잊힘이, 만남보다 이별이,설렘보다 걱정이 더 흔하다.그처럼 흔한 일이나 흔한감정역시흔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서 그런것이 아닐까.슬프거나 짜증나거나 하는일들도 결국 우리가삶에 단단히 발붙이고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감정이다.
산에 오르며 흘리는 흔한 땀은흔하게 부는 바람이 식혀주는 것처럼, 흔한 것들은 서로를 돕는다. 흙은 나무를 돕고, 나무는 새와 벌레를 돕는다. 흔한 감정도 마찬가지로이별은슬픔이 돕고, 슬픔은 잊힘이돕는다.
흔한 것들이 마음에 들이닥칠 때면그것에관해가끔글을 썼다. 글을 쓰는 일은 어찌 보면 그대상을 쓰다듬는 일 같다.내가흔한 존재로서 살아있는 동안, 주위의귀하며흔한 것들을 잘 살피고돕고 쓰다듬어글로 잘 옮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