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보다 조금 더 담아드렸어요" 둥그런 종이통에 여러 아이스크림을 꾹꾹 눌러 담고 무게를 달아 건네며 가게 점원이 덧붙였다. 통 크기가 있는데 넣어봐야 얼마나 될까 싶어도 기분은 좋았다. '덤'이라는 말이 있다. 과일이나 붕어빵이나 살 때 조금 더 얹어주는 것. 얼마 안 되더라도 덤이라면 무조건 좋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카페는 아이스 음료를 시키면 둥근 뚜껑 위로 차오르도록 가득 담아준다. 딸은 그게 좋아서 그 집만 간다고 했다. 일본 요릿집에 가면 네모난 나무 받침에 잔을 놓고 사케를 넘치도록 따라주기도 한다. 이것을 '못키리'라고 하는데 풍요와 환대를 상징하는 문화라고 한다. 잔에 찰랑거리며 봉긋하게 솟은 술 모양을 보면 역시 기분이 좋다. 뭔가 조금만 더 하려는 마음이 덤이 되고 즐거움의 이유가 된다. 아주 조금만 더해져도 마음은 그보다 훨씬 크게 부푼다.
"자자, 이제 세 번만 더 해요. 마지막 한 번만 더." 피트니스에서 PT를 받을 때면 트레이너는 옆에서 항상 이런 주문을 반복한다. 정말 힘들어 죽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며 그러고 있으니 있는 힘을 다해 꾸역꾸역 해낸다. 근육이 진짜 강해지는 순간은 그 전에 열 번 무게를 들 때보다 바로 조금만 더 하는 그때부터라고 했다. 근육은 지치고 미세한 손상을 받으면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근세포를 만들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은 효과를 낸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니 보고서를 쓰기보다 작성된 보고서를 더 접하게 되었다. 이제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티가 난다. 할 일만 딱 했는지, 짚어야 할 것을 소홀히 했는지, 지시받은 것보다 조금 더 고민했는지. 시킨 일보다 조금 더 짚어낸 글을 보면 빛이 난다. 바쁜 여러 일을 처리하며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아 그렇다. 많이 더 할 것도 없이 무엇이든 조금만 애쓰면 두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치 천 원만 더 내면 거의 두 배를 주는 자장면 곱빼기나, 톨 사이즈에서 벤티 사이즈로 바뀌는 스타벅스처럼.
자연계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는 조금만 더 하는 것이 일상이다. 사자는 배가 고플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 뛴다. 동료보다 조금 더 뛰어야 달리는 가젤 뒤꽁무니를 잡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젤 역시 풀 뜯어 먹고 있다가도 부스럭 소리에 냅다 뛴다. 동료보다 조금 더 빨라야 사자의 발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짝짓기에 나선 수컷은 다른 수컷보다 조금 더 꾸미고 조금 더 크고 높은 소리를 내야 암컷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사람은 그렇게까지 삶과 죽음의 문제가 매일 절실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동물로 살아야해서 자식, 부모, 남편, 사위, 직장인, 사회인, 국민 등등으로 여러 도리를 다해야 하는 일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 버거운 세상에서 무엇이든 조금만 더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일 자체가 참 힘든 일이다.
대화방에 부모님 부고가 뜨는 일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이 꼬리를 물고 올라올 때, 나도 그것과 똑같이 꼬리를 달고 계좌를 확인하여 부조금을 송금하는 일로 끝내곤 했다. 그러던 내가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나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혹시 문상을 못 가더라도 가능하면 꼭 개인 메시지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상주 입장에서는 따로 문자만 받아도 유독 고맙다.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물이 기체가 되는 변화는 100도에서 비로소 시작한다. 기본은 누구나 한다. 그런데 조금만 정성의 시간을 보태면 관계가 그로 인해 변화를 시작한다. 보고 싶다 연락 한 번 더 하고, 손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혹시 필요한 것 없는지 물어보는 마음을 쓰는 시간. 세상에 써도 써도 줄거나 닳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오히려 자주 퍼내어 쓰지 않으면 오랜 우물처럼 말라버리는 것이 마음이다.
'덤'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다. 편의점에서처럼 미리 1+1 상품이라고 가격표 옆에 딱 붙어있는 것과는 달리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받거나 생각지도 않던 좋은 일이 생긴다. 살면서 어떤 일에서 좋은 점을 자꾸 발견하면 그게 덤이 된다. 봄이 오고 날씨까지 좋으면 덤과 같은 나날이고, 아이들이 건강한데 성격도 밝다면 덤과 같은 아이들이다. 삶에서 조금만 더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베풀고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매일매일 주위에서 덤을 누리며 산다면 삶의 마지막까지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