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팥쥐는 왕자가 콩쥐와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왕자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반면에 신하들은 계모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왕자를 죽이고, 왕을 꼬여 팥쥐를 왕비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왕은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아들의 여자를 탐한 부도덕한 왕이 되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궁을 넘어 세상 밖으로 퍼져 나갔다. 백성들은 계모의 만행에 분노했다. 그럼에도 계모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면 백성들은 먹고살기에 바빠서 모든 것을 잊을 것이다!”
계모는 자신을 음해하는 신하들에게 없는 죄를 만들어서 유배를 보냈다. 왕은 허수아비였다. 계모는 최고의 존엄이 되었고,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그는 주요 인사를 측근들로 임명하고, 나랏돈을 빼먹었다. 그렇다 보니 나라꼴이 엉망이 되었다.
부운은 계모의 폭정을 참지 않았다. 아니 콩쥐를 이렇게 만든 계모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부운은 백성들과 함께 봉기를 일으켰다. 백성들은 부운의 지휘로 궁궐로 향했고, 부상자 없이 궁에 무혈입성하였다. 계모의 명령에도 병사들은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성들이 궁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에 왕은 겁이 났다. 위기의식을 느낀 왕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했다. 왕은 성난 백성들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 차라리 스스로 자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백성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왕은 허겁지겁 끈을 찾았다. 책장을 뒤지다 실타래를 발견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첫 돌잔치에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자신에게 선물했던 실타래였다. 왕은 눈물을 흘렸다.
하직 인사를 하듯 실타래에 큰절을 했다.
“허무하구나!”
백성들의 성난 목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왕은 서둘렀다. 왕은 실타래를 풀어 서까래에 걸었다.
부운이 왕을 찾기 위해 방문을 열었을 때, 그의 몸은 축 늘어져 있었다.
왕의 최후는 비참했다.
“여러분 왕이 자결을 했습니다!”
백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부연은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 환호를 받는 것이 씁쓸했다. 부운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계모와 팥쥐를 잡아야 했다. 두 모녀를 찾기 위해 궁궐을 샅샅이 뒤졌다. 궁궐의 경내를 지나가다, 꽃신 한 짝을 발견했다. 팥쥐의 것이 분명했다. 팥쥐는 멀지 않은 곳에서 붙잡혔다.
팥쥐는 포승줄에 묶었다.
“어찌하다, 내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너의 어미는 어디 있느냐?”
부운이 팥쥐에게 매섭게 물었다. 팥쥐는 모든 것을 내려놨다.
“궁궐 끝에 사당이 있을 것이요. 그곳에......,”
부운은 궁궐 내의 사당을 찾았다. 사당은 무장한 의금부 병사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사당 안에 계모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부운은 병사들을 회유했다.
“너희의 임금은 스스로 자결했다.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라! 저항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요.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시오. 누굴 위해 귀한 목숨을 내던진단 말이오! 자, 어서 무기를 내려놓으시오.”
병사들이 동요했다. 부운은 병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병사들은 저항하지 않았다. 밖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계모가 사당 문을 열고 나왔다. 계모는 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쳤다.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
부운은 포박된 팥쥐를 앞으로 밀었다.
“팥쥐야!”
팥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 끝났다. 너의 죗값을 받아라!”
“무능력한 왕이 문제지 나는 아무 죄가 없다. 나라를 위한 것이 무슨 죄란 말이냐?”
“엄마, 그만! 주위를 둘러봐 모르겠어?”
“팥쥐야 약해지면 안 돼, 엄마를 믿어라. 곧 병사들이 저 작당 무리를 처단하러 올 거야!”
계모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문이 열렸다. 백성들이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병사들이 아니라 콩쥐였다. 계모와 팥쥐는 행방불명되어 죽은 줄 알았던 콩쥐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놀랐다.
“아니 저년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