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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 May 25. 2022

우리시대 음악, 모르는 음악!

20세기 클래식 음악

20세기 클래식 음악,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인다. 콘서트홀이나 대중 매체를 통해 듣고 있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듣는 클래식 음악은 대부분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세기 클래식 음악 문화는 두 흐름, 즉 고전(Classical Music)으로서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modern classical Music)으로서의 클래식 음악이 공존한다. 고전 음악은 소위 바로크·고전·낭만주의 시대의 음악 작품을 일컫는다. 대체로 클래식 연주회의 단골 작품들로서 바흐, 헨델, 비발디, 하이든, 베토벤, 쇼팽, 브람스, 리스트, 멘델스존 등과 같은 대중적인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들이다. 반면에 20세기 현대음악은 난해한 음악, 대체로 시끄럽다·무섭다·장난스럽다·기괴하다·짜증 난다·신기하다·기발하다 등등 아름다운 선율과 경쾌한 리듬, 그리고 조화로운 음향과는 거리가 먼 음악으로 여긴다. 아마도 아무것도 모르고 현대음악 작품 발표회나 음악회에 갔다가 충격적이거나 불쾌한 감정을 느낀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20세기 클래식 음악 문화는 감상용 음악과 창작 음악으로 분리되는 두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20세기 음악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문화적 배경을 알면 다소 도움이 된다. 가령, 클래식 음악에는 왜 기독교 음악이 있는지 그리고 오페라의 주제에 그리스·로마 신화가 많은지는 기독교 문화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기반으로 클래식 음악이 발전했다는 문화사적 배경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세기 현대음악 양식이 출현할 당시 20세기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 유럽은 두 번의 세계대전, 내전, 그리고 1920년대 후반 미국의 경제 공황으로 인해 요즘 표현으로 멘붕 상태였다. 다시 말해, 합리적 사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과학의 발전은 결국 인류를 위협하는 도구가 되었고, 합리적 이성을 소유한 인간이 피부색이나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죽이는 반인류적 사건들은 기존의 가치관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하였다. 이러한 시대정신은 정치적 운동과 결합한 반예술 운동, 즉 반전 운동과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예술 운동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특히 미술에서 발생한 인상주의, 표현주의, 미래주의, 큐비즘, 다다이즘과 같은 급진적인 사조는 예술 분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음악도 예외 없이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따라서 20세기 클래식 음악 양식, 인상주의 음악·무조음악·테이프 음악·전자음악·우연성 음악·소음 음악 등이 출현한다. 대체로 20세기 음악은 실험적인 음악들이 많았다. 가령, 음악의 3요소인 리듬·화음·선율이 없는 음악, 불협화음만으로 작곡된 음악, 장난감이나 생필품을 악기로 사용해서 만든 음악, 소음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소리를 소재로 만든 음악, 작곡가 외에는 알 수 없는 그림 악보로 작곡된 음악, 전자 음향의 음악, 사람이 연주 불가능한 음악, 연주자가 내키는 대로 연주할 수 있는 음악, 테이프로 녹음해서 스튜디오에서 편집한 음악, 악기 연주자가 연주 중 이상한 소리나 몸짓을 표기한 음악 등 20세기 클래식 음악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음악이다. 이러한 현대음악의 특징은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기형적인 음악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기괴한 소리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질적인 음악에 폭 빠져 카타르시스(감정의 정화)를 느끼는 청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쯤 되면 현대음악이 난해 하다기보다는 기괴한 음악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런 현대음악(Modernism Classical Music)을 독자에게 들어보라고 권하기도 난감하다. 난해한 곡을 끝까지 들을 수 있을 지도 걱정스럽다. 어쩌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20세기 현대음악은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사생아로 불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세기에 직면한 총체적 난국을 벗어나려는 반예술 운동의 산물로서 현대음악은 당대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예컨대, 뭉크의 《절규》(The Scream, 1893)를 보고, 지로(A. Giraud)의 시를 읽고, 그리고 그 시에 음악을 붙인 쇤베르크(A. Schoenberg, 1874-1951)의 〈달에 홀린 피에로〉(Pierott lunaire, Op.21, 1912)를 들어보면, 예술가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다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쇤베르크(A. Schoenberg, 1874-1951)

<달에 홀린 피에로>(Pierott lunaire, Op.21, 1912)


20세기 모더니즘 클래식 음악 혹은 전위적인 현대음악은 선율, 리듬, 화음에 기초한 음악의 정의에 회의적인 시각과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소음도 음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등, 음악 작품의 기본적인 개념을 확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20세기 전반의 파격적인 음악 양식은 대략 1970년대를 기점으로 모더니즘 이후(Post-Modernism)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른 양상의 음악 양식이 전개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음악은 ‘새로움’을 강박관념처럼 추구했던 모더니즘 음악 양식들과는 달리, ‘다양성’을 앞세워 새로운 양식과 전통 양식이 공존했던 시대였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시대(Contemporary)까지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의 음악 양식의 흐름을 ‘우리 시대’ 클래식 음악(Contemporary Classical Music)으로 묶어 설명하자면, 이 시기에는 다양한 음악 양식들이 공존했다. 예를 들어, 최소주의 음악(Minimalism Music), 짧은 소절의 주제를 약간의 변화와 반복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곡 기법으로 미국 출신의 작곡가 필립 글래스(P. Glass, 1937-)가 작곡한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와 <디 아워스>(The Hours, 2002)의 영화음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잘 알려진 사무엘 바버(S. Barber, 1910-1981)와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펜데레츠키(K. Penderecki, 1933-)의 후기 작품, <라르고>(2003)와 <샤콘느>(2005년) 등에 나타나는 신낭만주의(Neo-Romantism Music) 양식과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1978)과 <앨리나를 위해>(Fur Alina, 1976)를 통해 간결한 음악 양식과 방울 소리 양식을 선보인 아르보 페르트(A. Part, 1935-)의 최소주의 음악 양식과 네오 바로크 음악 양식 등은 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 양식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출신 작곡가 탄 둔(Tan Dun, 1957-)의 〈물 협주곡〉(Water concerto, 1999)과 〈종이 협주곡〉(Paper concert, 2003)과 같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원주의 음악 작품(Pluralism Music)은 물론이고 예술의 발전을 추구하는 전위 음악 양식 역시 공존하고 있다. 또한, 전자악기나 국악기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 클래식과 대중음악 장르를 섞은 음악(Fusion Music), 장르의 경계가 없는 음악(Crossover Music)과 같은 다양한 시도는 우리 시대의 클래식 음악 양식의 특징이기도 하다.


아르보 페르트(A. Part, 1935-)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1978) ♫


‘우리 시대의 클래식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은 20세기 문명,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형성되었다. 예컨대, 컴퓨터의 출현과 무선 네트워크 발전은 전통적인 창작과 연주, 음악 감상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 누구나 컴퓨터로  작곡을 하고, 연주한 곡을 컴퓨터로 듣고, 녹음해서 음반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도원이나 궁정 음악가들이 악보를 필사하거나 출판업자들이 인쇄기를 돌려가며 만들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프린터의 발명은 음악문화의 혁명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심지어 미국의 작곡가 데이비드 코프(D. Cope, 1941-)는 컴퓨터가 스스로 작곡하도록 계발한 프로그램으로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음반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또한, 에릭 휘태커(E. Whitacre, 1970-)는 자신의 합창곡, <빛과 금>(Lux Aurumque, 2009)과 <잠>(Sleep, 2010)의 연주를 전 세계 사람들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편집 작업을 통해 완성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가상 합창(Virtual choir)이라는 새로운 연주 방식과 성당이나 수도원, 영주의 성이나 궁정, 그리고 극장과 콘서트홀에서 연주되었던 공연문화가 가상공간으로 확대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에릭 휘태커(E. Whitacre, 1970-)

<잠>(Sleep, 2010)


20세기 전반 모더니즘 클래식 음악 양식이 ‘소수의,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음악’이었다면, 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 작품의 경향은 과거의 찬란했던 클래식 음악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한 음악들, 낭만주의·고전주의·바로크 시대 음악 양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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