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 May 26. 2022

서유럽 음악의 대표는 나야 나!

프랑스 음악

‘클래식 음악’(Classic Music)이 유럽이라는 하나의 문화권의 음악으로 인식한다면, 프랑스 음악·독일 음악·이탈리아 음악을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할뿐더러, 각각 다른 음악적 특징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민족, 지리적 특성, 언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음악 역시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여하튼 각 나라의 음악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마치 아시아의 한국· 중국·일본·베트남의 전통 음악을 서양인들이 쉽게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양 음악사에서 시대에 따라 음악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나라들이 있었다. 특히 프랑스는 중세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음악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나라다. 비록 현재 클래식 콘서트에서 프랑스 음악이 독일어권 음악과 이탈리아 음악에 비해 차지하는 비율이 적어서 그런지, 대중적으로 프랑스 음악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고 보면 오랜 역사에 비해 쉽게 떠오르는 프랑스 작곡가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중세 시대의 음악가, 레오냉(1150-1201)·페로탱(1160-1230)·필립 드 비트리(1291-1336)·기욤 드 마쇼(1300-1377). 르네상스 시대의 뒤파이(1400경-1474)·오케겜(1430경-1497)·죠스캥 데 프레(1450-1521)·자느캥(1485-1558)·디 라소(1530-1594)·코틀레(1531-1606). 바로크 시대의 륄리(1632-1687)·마랭 마레1656-1728)·랄랑드(1657-1726)·캉프라(1660-1744)·미셸 드 몽테클레르(1667-1737)·F.쿠프랭(1668-1733)·데투슈(1672-1749)·라모(1683-1764)·르클레르(1697-1764). 고전주의 시대의 필리도르(1726-1795)·몽시니(1729-1817)·그레트리(1741-1813)·메윌(1763-1817)·부이엘리외(1775-1834). 낭만주의 시대와 20세기 초반의 베를리오즈(1803-1869)·구노(1818-1893)·프랑크(1822-1890)·생상(1835-1921)·비제(1838-1875)·샤브리에(1841-1894)·마스네(1842-1912)·가브리엘 포레(1845-1924)·뱅상 당디(1851-1931)·폴 뒤카스(1865-1935)·클로드 드뷔시(1862-1918)·에릭 샤티(1866-1925)·모리스 라벨(1875-1937) 등등


프랑스 음악의 특징을 회화적 묘사와 감정의 절제 측면에서 고려해 보았다. 프랑스 음악의 회화적 묘사는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샹송이 대표적인 장르다. 예를 들어 클레망 자느캥(C. Jannequn, 1485-1558)의 샹송 〈새들의 노래〉(Le chant des oisequx, 1529)과 〈전쟁〉(La guerre)은 혼성 아카펠라 노래 방식으로 가각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와 전쟁을 묘사한다.  


 클레망 자느캥

새들의 노래(Le chant des oisequx)


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H. Berlioz 1803-1869)는 교향곡에 이야기를 붙여 회화적 전통을 계승했다. 그의 프로그램 교향곡,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1830)은 전체 5악장으로 1악장 ‘몽상과 정열’(Rêveries–Passions), 2악장 ‘무도회’(Un bal), 3악장 ‘전원 풍경’(Scène aux champs),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Marche au supplice), 5악장 ‘안식일 밤, 마녀들의 축제’(Songe d'une nuit du sabbat)로 구성되어 있다. 그 부제는 “한 예술가의 생애와 에피소드”이다.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 한 예술가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

Symphonie Fantastique : Épisode de la vie d'un Artiste en cinq parties Op.14(1830)


드뷔시(C. Debussy 1862-1918)와 라벨(M. Ravel 1875-1937)은 인상주의 양식을 통해 감성적이고 회화적인 작품을 작곡했다. 인상주의 음악은 순간의 감정이나 감각적인 회화적인 묘사를 중점을 두었다. 반면에 이 당시 독일의 낭만주의 음악은 논리적 작곡 방식과 무겁고 촘촘한 음향의 관현악 기법을 구사했다.    


클라우드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

 III. 달빛(Clair de lune)

         

모리스 라벨

물의 유희(Jeux d’eau 1901)


프랑스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은 과하거나 부족함 없는 중용의 미, 즉 음악적으로 감정의 절제를 추구했다. 프랑스 오페라와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을 비교해보면 미학적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세기에 이탈리아 오페라의 유세는 서유럽 전체에서 대단했다. 프랑스는 영국이나 독일처럼 이탈리아 오페라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자국의 궁정 발레와 오페라를 결합한 ‘서정 비극’(Tragedie Lyrique)을 만들었다.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륄리(J. B. Lully 1632-1687)가 창안한 서정 비극은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와 구별 짖기 위해 이름뿐만 아니라, 음악적 성격 역시 다른 경향을 추구했다. 가령,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가 아리아 위주의 감각적이고 풍부한 감정 표현이 특징이라면, 프랑스 오페라는 고대 비극의 전통에 가까운 레치타티보와 감정이 절제된 표현을 중시했다. 또한, 이탈리아 오페라가 화려하고 장식적인 선율을 중시했다면, 프랑스 오페라는 장식은 제한적으로 사용했고 무엇보다 화성을 중시했다. 1750년대 이탈리아의 희극 오페라, 부파(buffa)와 프랑스 오페라의 우열을 가르기 위해 불거진 부퐁 논쟁(Querelle des Bouffons)은 프랑스 음악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 vs.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

     

장 밥티스트 륄리(J. B. Lully 1632-1687, 프랑스)

서정 비극 아르미드(Armide, 1686)

2막 아리아 오라, 와서 내 요구대로 하라(Venez, secondez mes désirs)


스카를라티(A. Scarlatti 1660-1725, 이탈리아)

오페라 그리셀다1막 아리아 나의 쓰라린 슬픔(Nell' aspro mio dolor)


물론 단순히 음악 구성만으로 프랑스 음악이 구별되는 가능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프랑스 서곡은 느린 템포로 시작해서 빠른 템포 그리고 느린 템포로 구성되는 반면에 이탈리아 서곡은 빠른 템포로 시작해서 느린 템포 그리고 빠른 템포로 구성된다.


프랑스 서곡 vs. 이탈리아 서곡      

장 밥티스트 륄리(J. B. Lully 1632-1687, 프랑스)

서정 비극 아르미데서곡(Armide, Overture 1686)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A. Scarlatti 1660-1725, 이탈리아)

오페라 그리셀다서곡(Sinfonia avanti l'Opera Griselda RV 718)


프랑스 음악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단성과 다성 성가 그리고 세속 음악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바로크 시대에는 궁정 문화의 발전과 함께 자국의 음악 전통을 더욱 확립하였다. 그리고 18세기 전반 갈랑 양식과 19세기 중반의 사실주의 양식, 19세기 말의 인상주의 양식을 통해 프랑스 음악의 독창성을 확립했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 음악의 정체성이라고 할만한 ‘회화적 묘사’와 ‘감정의 절제’ 그리고 ‘그것들이’ 관통하고 있다. 우리가 이탈리아어·독일어·영어·한국어가 프랑스어와 다르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시대 음악, 모르는 음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