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의 간곡한 부탁에도 왕자는 매일 콩쥐를 찾아왔다.
“왜 나를 거부하는 것이냐?”
“왕자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가 마음만 바꾸며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인 나와 결혼할 수 있단 말이다.”
“저에겐 정혼할 사람이 있습니다.”
“두꺼비같이 생긴 그놈이냐?”
“왕자님 그분에 대해 험한 말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감히, 네가 누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냐!”
콩쥐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왕자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왕자는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왕자의 본성이 드러났다.
왕자는 콩쥐의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콩쥐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네가 그렇게 잘 났단 말이지! 어디 이래도 네가 나를 거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왕자는 콩쥐를 강제로 끌어안았다. 콩쥐는 소리를 질렀다. 고요한 밤하늘을 울리는 비명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러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콩쥐의 절규 섞인 비명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콩쥐가 정신을 차렸을 땐 옷은 찢겨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네가 나의 첩이 되든, 갈보로 살든 너의 선택만이 남았다. 마음이 서면 내게 오너라!”
왕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린 콩쥐는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콩쥐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콩쥐는 밤길을 정처 없이 걸었다. 날이 밝아 올 때쯤 콩쥐는 검푸른 빛이 감도는 호수 앞에 당도했다. 콩쥐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콩쥐는 쥐였을 때도 사람이 됐을 때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아왔다. 콩쥐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콩쥐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디딜수록 차가운 물이 콩쥐의 몸을 휘감았다.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그날 밤, 세상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한편, 계모는 왕자가 콩쥐에게 빠져있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난 뒤부터, 불안해 잠을 자지 못했다. 동물들도 사람들도 왜 콩쥐를 좋아하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만하시오!”
“왕자님, 결혼은 언제 하려고 자꾸 미루시는 거예요?”
“지금 그럴 정신이 없소! 약속대로 결혼은 할 테니까, 나를 괴롭히지 마시오!”
“왕자님, 저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소!”
계모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왕자님 얘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
왕자가 계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를 내며 나가 버렸다.
“이것아, 결혼이 뭐가 중요하다고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어!”
“엄마, 불안해서 그래. 콩쥐한테 왕자를 빼앗길 것 같아서 그래”
“팥쥐야 왕자는 궁정에서 우리와 살고 있잖아, 우리가 감시하고 있는데 왜 그런 걱정을 해!”
“왕자가 콩쥐를 좋아한다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 돼! 이러고 손 놓고 있다가 콩쥐한테 당하면 어떻게 해!”
“엄마한테 다 생각이 있어, 너는 왕자의 마음을 돌려놓을 방법만 찾아, 알겠지?”
“정말 방법이 있는 거지? 난, 엄마만 믿을게!”
“콩쥐 이년을 가만두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