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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Sep 09. 2021

별미진미 (16) 부산 갈기게젓

갈대밭에 사는 게나 방어로 담궈 고소한 맛 食欲(식욕) 없을때 입맛돋아

갈기게젓이라는 걸지고 토속적인 이름의 음식은 釜山(부산)의 신흥공업지대인 沙上(사상)의 명물이다.

갈기란 게나 방어를 뜻하는것으로 갈대발에서 산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잡은 갈기를 간장에 담가 1주일가량 절여서 마늘,풋고추,깨소금등의 양념장을 곁들인다. 바닷게는 매끈매끈한데 비해 보슬보슬한 털로 싸여 더욱 구미를 돋운다.

갈기게젓이 입안에 들어가면 보슬보슬한 털의 감촉이 감미롭고 바짝 깨물면 짭잘하고 고소한 뒷맛이 두고두고 입맛을 다시게한다.

옛날 이지방 새색씨들이 배를 타고 나간 서방님을 기다려 갈대밭에 나가 갈기를 잡아 젓을 담구곤 시부모님 밥상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전한다.

갈기게젓을 맛있게 먹는방법이 있다. 보리밥을 차지게 지어 다른반찬없이 이 갈기게젓으로만 먹으면 몇그릇이고 먹히고 냉수에 찬밥을 말아먹어도 꿀꺽 꿀꺽 밥이 넘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식욕이 없는사람, 허약한 사람들이 갈기게젓으로 입맛을 되찾게 된다고.

그런데 이 별미의 갈기도 요즘엔 갈대밭 주인이 욕심을 내 마음대로 잡아가지 못하도록 밤을 새워 지켜 좀체로 맛보기가 힘들어졌다.

갈기 몇마리가 기백원씩 거래되어 금값이 되었고 어느덧 서민의 밥상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釜山(부산)趙容昇(조용승) 기자> 조선일보 1973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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