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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Nov 30. 2018

별빛프레소와 요망한 5번 요추

이곳 우주호텔에는 놀랍게도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 후식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은 행복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나 살펴봤다. 오래전에 이탈리아가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했다나? 그들의 에스프레소 사랑은 남달라 보인다. 커피 없으면 못 사는 사람들 같으니.

라바짜 마크가 선명한, 투박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액체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얇은 팩에 방울방울 커피가 고인다.


“캡슐 커피지만 이게 어디랴?”


난 컵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납작한 열대어처럼 생긴 유선형의 무중력 커피잔은 근사한 손잡이에 받침대까지 있었다. 우주에서 빨대가 아닌 컵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다니.


해가 저문 한가한 어느 아침(?), 머리 위 전망창에서 빛나는 도시의 야경과 별빛을 바라보며 한 모금 살짝, 또다시 한 모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시 땅 위에 선 듯한 향기를 맡는다.


“고마워, 이탈리아노!”





우주에 오면 우리 몸은 어떻게 변화할까? 주변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무엇보다 우주에는 달톡스가 있다. 일단 얼굴은 달님이 돼서 웬만한 주름은 한껏 펴진다. 부작용이라면 붓다 못해서 빵빵해진다는 거. 우주 여행자들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강제로 달톡스 시술을 받는다. 물론 여기 머물 때만 효과가 있다. 몇몇은 처진 엉덩이나 가슴이 제 모습을 찾았다며 좋아했다.


‘탄력을 잃은 피부가 어떻게 되살아났지?’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가만히 있을 때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출렁이는 살결은 감출 수가 없다.


중력이 사라진 자리에는 또 다른 기쁨이 있었다. 허리 통증도 함께 사라졌다.

네 발로 걷는 동물들에게는 없다는 그것, 두 발로 선 대가로 치러야 하는 허리 디스크는 중력에 맞서려 했던 인간이 겪어야 할 고달픈 질병이다. 스물여섯 개 척추뼈를 누르고 있던 압박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뼈마디 사이사이가 벌어진다.


뼈 사이가 벌어지자 통증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키도 커졌다. 어떤 이는 무려 5cm나 커졌는데, 나는 2cm로 만족해야 했다. 잘못된 자세 탓인지 가끔 쿡쿡 찔러대며 통증을 불러왔던 너.


‘5번 요추, 요망한 것!’


무거운 짐을 덜었을 테니 잠시라도 편히 쉬렴. 돌아가면 다시 태산 같은 몸을 받쳐줘야 하니까. 

그러자 내면으로부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박하지 말고 살부터 빼시던가.’








여행 상식 #5 : 우주여행 전 건강검진과 사전훈련


우주여행을 가려면 건강검진부터 통과해야 한다. 뇌혈관, 심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우주여행을 할 수 없다. 통과해도 바로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서너 달 합숙 훈련을 거치면서 무중력 우주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주호텔에만 가는 여행자는 이런 엄격한 기준을 다 따르지 않는 것으로 했다. 아무래도 여행지의 특수성 때문에 아예 교육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본 적응 훈련만 마치면 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우주비행사 훈련 모습. 위아래가 뒤바뀌는 무중력 상태는 우주멀미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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