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주호텔은 뉴욕 상공을 지나 대서양에 접어들었다. 캐나다 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잠시 뒤에 차가운 북극해 근처를 지나게 될 것이다.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쓰인 지 150여 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80분이면 세계 일주를 마칠 수 있다.
그 소설은 기술이 한창 발전하던 무렵의 이야기다. 세계를 한 바퀴 횡단하는 데 100일이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 영국 신사들의 모임에서 어떤 이가 무모한 제안을 했다.
“나는 80일이면 지구를 돌아올 수 있소.”
‘필리어스 포그’는 런던을 떠나 파리를 거쳐 수에즈로, 인도의 뭄바이와 홍콩, 요코하마를 지나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다. 기차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했고, 뉴욕에서 배를 타고 다시 리버풀에 간 뒤에 런던으로 80일 만에 돌아왔다. 아리따운 ‘아우다’와 함께.
우리는 포그 씨의 여정을 따라 뉴욕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중이다.
조금 전에 ‘타이타닉’이 침몰했던 곳을 지났지만, 하필 밤이라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육지의 도시 위를 지날 때 야경은 정말 아름답다. 이토록 멀리 떨어졌는데도 불빛이 선명하게 보이다니….
그러나 대양 위에선 캄캄할 뿐이다. 밤하늘에는 투명한 껍질처럼 얇은 막이 보였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저쪽 끝에서 차츰 불빛이 보였다.
포그 씨가 8일 걸려 횡단했던 대서양을 고작 12분 만에 건넜다. 영국 구경도 잠시, 금세 도버 해협을 지나 브뤼셀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어느새 독일 뮌헨 위더니,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한복판을 그대로 스쳐 지났다. 유럽의 끝자락을 거쳐 페르시아만에 다다를 무렵이 되자 아침 해가 떠올랐다.
지구상에서 가장 야경이 화려한 유럽을 이렇게 일주한 셈이다.
인도양에 들어서자 낮 기운이 완연했다. 인도가 얼핏 보이더니 곧 사라졌고, 시야에는 온통 파란 바다만 들어왔다.
“아! 저기 몰디브네.”
우리는 몰디브 바로 위를 지나쳤다. 에메랄드 바다 사이로 길게 늘어선 고리 모양의 산호초들이 옅은 터키석 색깔을 띠고 있었다.
또다시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고, 10분 뒤에 호주가 나타났다.
지구를 바라볼 때 육지가 안 보이면 왠지 허전해진다. 육지라고 해봐야 전체 면적의 30%가 채 안 되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렇다.
반가웠던 코알라도 잠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바다에 들어섰다.
뉴질랜드-하와이-남극을 잇는 남태평양은 우주에서는 육지라곤 코빼기도 안 보인다. 만약 외계인이 이쪽에서 지구를 관찰하면 분명 이럴 거다.
“오! 이 별은 온통 물로 뒤덮인 행성이네요?”
우리는 꼬박 20분 동안 바다만 봐야 했다. 겨우 저 멀리에 육지가 보일 무렵에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쯤일까? 로스앤젤레스? 아니면 샌프란시스코?’
어두워진 틈새로 슬며시 다가오는 도시 야경이 어찌나 반갑던지. 얼른 시계를 봤다.
‘80분 걸렸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지구를 한 바퀴 둘러 오는 데 겨우 80분 걸리다니, 포그 씨가 이걸 봤더라면 뭐라 할지 궁금해졌다.
조금 전 뽑아낸 커피가 채 식기도 전에 우리는 플로리다를 거쳐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다.
여행 상식 #6 : 지구를 한눈에 보려면
지구의 지름은 무려 1만 2,000km다. 우주호텔이 있는 400km 높이라 해도 지표면에 가까워 지구 전체를 볼 수 없고 적어도 2,000km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그 높이에서도 지구는 아이맥스 화면처럼 펼쳐져서 시야에 담기 벅차다. 여유롭게 지구를 감상하려면 1만 km는 떨어져야 한다.
푸른빛 둥근 지구를 봤던 지구인은 여태껏 단 24명뿐이다.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갔던 우주비행사들만이 블루 마블을 감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