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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Dec 14. 2018

너의 이름은 소행성 P-612

이곳에 와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우주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나만의 여행기도 작성하고 달콩이 관찰 일지도 썼다. 그래도 이건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라 뭐라도 기념될 만한 것이 있어야 하겠기에 특별한 취미 생활을 즐기기로 했다.


‘감자 키우기.’


거창하게 씨감자를 심어서 꽃 피우고 감자를 수확하자는 게 아니다. 그냥 소소하게 감자 한 톨에 싹만 틔울 작정이다. 왜 감자냐고? <마션>의 맷 데이먼 따라잡기! 우주하면 감자 아닌감.

일단 둥글둥글 잘생긴 감자 하나를 골랐다. 날씬한 고구마와 쭉쭉빵빵 당근이 유혹했지만 어림없지. 물컵에 물을 붓고 감자를 담가서….


‘아차, 여기선 컵에 물을 부어놓을 수 없는데 어쩌지?’


결국 팩에 물을 충분히 적신 스펀지를 넣어두고 감자를 담갔다. 그런 뒤 후미진 창가에 걸어두고 메모지를 붙여놓았다.


‘나의 작은 소행성을 보호해주세요!’


틈날 때마다 스펀지에 물을 적셔주며 기다렸다. 일주일, 이주일…,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싹이 나질 않았다.


‘소중한 물까지 나눠줬는데.’


속상했다. 결국 참다못해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여기 우주호텔에는 작은 수경 재배실이 있다. 뭔가 그럴듯한 시설은 아니고 꼭 냉장고처럼 생긴 기계다. 여러 식물 종자를 컵 비슷한 용기에 담아 키운다. 상추, 겨자, 그리고 회향 꽃이 자라고 있었다. 상추나 겨자는 가끔 뜯어서 먹었는데, 삭막한 우주에서 초록 잎사귀를 보는 것은 무척 큰 즐거움이었다. 관상용 식물들은 의외로 무럭무럭 잘 자랐다.


나는 승무원에게서 얻은 특별한 젤(영양분이 고루 들어 있는)을 감자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혹시 몰라서 햇볕이 더 잘 드는 곳으로 옮겨놓고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여느 때처럼 아침 산책을 나서다가 보니 드디어 감자에 싹이 올라왔다. 어찌나 흥분되던지, 펄쩍 뛰어오르다가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생명의 기쁨에 비하면 그깟 혹이 대수랴.


감자는 이제 어엿한 소행성이 되어 내 주변을 떠돌고 있다. 어린 왕자의 별처럼 세 줄기 큼지막한 싹이 바오밥 나무가 되어 소행성을 감쌌다. (사실은 모양을 내기 위해 다른 싹을 잘라낸 탓이다.)


그 뒤론 듬직해진 감자 별을 풍선처럼 끌고 다녔다. 한 손엔 달콩이, 다른 손에는 소행성.

‘너의 이름은 소행성 P-612란다. 포테이토 612호!’


어느덧 내 작은 별은 일상이 되었고 여러 사람이 감자와 함께 사진을 찍곤 했다. 그럴수록 달콩이는 질투의 여신으로 변해갔다.

나는 지구로 돌아갈 때 감자 별을 바깥 공간에 내놓을까 고민했다.


‘더 클 수는 없지만 수십 년은 지구 주위를 빙빙 돌면서 어엿한 소행성 행세를 하겠지?’


그런 상상에 마음이 설렜다. 어느 날, 지구에서 날아온 대마왕이 감자 별을 짓밟기 전까지….


‘못된 댕댕이 같으니라고!’








여행 상식 #7 : 방사능으로 가득 찬 우주


우주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온갖 방사능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다행히 지구는 커다란 자기장이 보호해줘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 하지만 자기장이 모든 방사능을 튕겨내지는 못한다. 일부는 자기장에 갇혀서 지구 주변을 감싸게 된다.

그래서 1,000~6,000km 높이에는 ‘밴앨런대(Van Allen Belt)’라는 사과처럼 생긴 방사능 구역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바깥쪽에 전자, 안쪽에 양성자가 주로 모여 있다. 지구의 북극과 남극 자기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곳으로 양성자가 흘러가 오로라를 만들곤 한다.

우주정거장이 400km 정도의 고도에 머무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 있다. 낮은 고도에서는 대기마찰로 수명이 짧아지고, 높이 올라가면 방사능 수치가 증가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 출간 이벤트 공지! ]


『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가 출간된 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조금 생소한 장르의 책이라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독자님들께 출간 이벤트로 선물을 증정한답니다. 제게도 두 명을 뽑아서 알려달라는데요, 고민 끝에 트위터 RT, 페이스북 공유해주신 분들 중에서 각각 한 분씩 추첨하여 드리겠습니다.


선물은 요즘 인기라는 '클럭 미니 마사지기'입니다. 아래 링크의 트윗, 페북 공유만 해주시면 출판사에서 추첨하여 연락드릴 거예요. 많은 성원 바랍니다! (중복 응모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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