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랑 Nov 23. 2018

낯선 맛의 추억

이번 여행은 한 달짜리다. 우주여행은 보통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체류하지만, 최대 두 달까지 투숙할 수 있다. 오가는 교통비가 비싸서 차라리 숙박비는 가볍게 여겨진다.

그런데 왜 두 달 넘게 머물지는 않는 걸까? 우주비행사들은 1년 넘게도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오래 있어봤자 지겹기 때문이 아닐까 했지만 이유는 전혀 달랐다.


여행자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식사 메뉴를 정할 수 있다.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80여 가지를 골라서 먹는다. 반복되는 단조로운 식사로 식욕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랄까.


그러나…

우주에 두 달 이상 머물면 식욕을 잃게 된다고 한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무리 다양한 메뉴로 식단을 바꿔도 소용없단다. 혹시 무중력에서의 소화장애? 아니면 음식 맛이 별로라서?


‘그럼 화성까지 반년 넘게 걸려서 가는 사람은 어떡해?’


개별 식단이 짜여 있어도 식사는 팀별로 같은 시간에 함께 먹는다.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고 다양한 메뉴를 나누며 수다를 떠는 게 입맛 없을 때 즐겁게 식사하는 유일한 길 아닐까?


난 며칠 동안 멀미로 제대로 먹지 못했다. 함께 온 일행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식사시간은 침울했고, 다들 거북한 표정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데 맛의 추억에는 늘 순간의 기억이 겹치곤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어울리는 배경이 곁들여져야 제 맛이라는 말이다. 한번 생각해봤다. 창밖에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면서는 뭘 먹으면 좋을까? <라라랜드> OST와 함께 새콤한 파스타 샐러드? 재즈 선율에 곁들여 핏물 살짝 배어 나오는 미디엄 스테이크?


톨스토이가 이런 말을 했었다.


신은 인간에게 음식을 보냈고, 악마는 요리사를 보냈다.


그런데 지구는 우주에 ‘인스턴트 음식’을 보냈다.

오늘도 멋진 식당의 풍경은 동일하게 펼쳐진다. 좁은 테이블에 여럿이 모여 앉아 무어라 이야기를 나눈다. 벽에는 반짝이는 가위, 칼, 포크, 스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서 마치 수술실에 들어온 느낌이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가위!”

누군가 가위를 잡아당겨 능숙한 솜씨로 이것저것 팩을 자른다. 그걸 받아 들고 젤리를 짜내듯 물을 조심스레 붓는다. 촉촉해진 팩의 도착지는 식탁이 아닌, 투박한 가열기. 연신 캔을 따서 살며시 자석 테이블에 올려놓고 빵을 꺼내서 토스터에 굽고 포장된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린다.


이게 다 무중력 탓이다. 뭐든 둥둥 떠다니는데 별수 없다. 그릇이야 찍찍이나 자석으로 붙여놓는다지만, 음식은 어쩌지 못한다. 국물은 모두 방울방울 떠다니고, 빵부스러기는 운석이 되어 어디론가 날아갈 것이다.


자고로 맛난 요리에는 뜨거운 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주에서 불을 피우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활활 타오르는 공처럼 불꽃이 사방으로 둥글게 퍼지겠지. 가스레인지 아웃!

그럼 전기 인덕션이나 핫플레이트는? 오케이.


‘뭐가 이리 까다롭지? 어차피 즉석 음식인데….’


우주에서 식사란 삶을 위한 전쟁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다.








여행 상식 #4 : 우주여행의 역사


인류가 우주여행을 시작한 지 57년이 지났다. 1961년 4월,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에 나갔고, 1969년 7월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8년까지 공식적으로 우주에 다녀온 사람은 모두 558명에 불과하다.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는 1963년 우주로 날아간 소련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였다. 미국은 1983년에야 샐리 라이드를 우주로 보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1일간 머물렀다. 역사상 마흔아홉 번째 여성 우주비행사였다. 우주에서 연속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사람은 미르 우주정거장에 탑승했던 러시아인 발레리 폴랴코프로 438일간 우주에 체류했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겐나디 파달카는 총 다섯 차례의 우주비행을 통해 생애 통산 879일을 우주에서 지내는 신기록을 세웠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크리칼레프는 우주정거장에 있는 동안 소련이 해체되어 러시아 연방으로 바뀌는 바람에 우주에서 국적이 바뀐 사람이 됐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으로 주인공은 버즈 올드린이다. 올드린은 달에서의 첫발을 암스트롱에 양보한 대신, 첫 사진의 모델이 되었다.



이전 03화 이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