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콩과 달콩이라는 두 마리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알콩이는 길냥이였다. 어느 날 골목에서 그르렁거리며 날 찝쩍이더니 집까지 따라와서 버틴 지 벌써 10년. 이제는 나이 탓인지 꼭 노인네처럼 뭐든 귀찮아한다. 종일 꼼짝 안 하면서 식탐만 대단하니 나날이 찌는 살은 어쩔?
달콩이는 파릇파릇한 세 살배기 댕댕이다. 고양이 집사 노릇이 지겨워 정감 넘치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던 차에, 이웃집에서 몰티즈를 분양한다기에 냉큼 입양받았다.
요즘 비행기는 반려동물을 기내에 태울 수 있다. 체중만 적당하다면 큰 어려움 없이 동반 여행이 가능하다.
우주여행도 마찬가지다. 원한다면 반려동물, 애완동물을 데려올 수 있다. 개, 고양이, 기니피그, 도마뱀, 심지어 어항 속의 금붕어까지….
나도 이벤트 회사의 배려로 달콩이와 함께 올 수 있었다. 알콩이는 5kg 체중 제한을 가뿐하게 넘겨서 탈락했다. 물론 데려오고 싶어도 성격상 순순히 따라왔을지는 의문이지만.
우주에 처음 온 동물은 무엇일까?
공식적으로 처음 왔던 녀석은 ‘라이카’라는 암캐였다. 사실은 그보다 먼저 초파리들이 왔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라이카를 최초의 우주 탐험견이라 치고, 영광스럽고도 불행했던 그 아이의 일생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라이카는 길가를 배회하며 쓰레기를 뒤지던 개였다.
과학자들은 굶주림과 극한의 환경에서 적응력이 좋다는 점에 착안해 떠돌이 유기견을 여러 마리 붙잡았는데, 그중에서 성격이 온순한 라이카를 우주견으로 뽑았다. 그런데 애당초 귀환 계획은 없었다. 보내긴 하더라도 되돌아오게 할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라이카는 여행 내내 잘 지냈고, 우주에서 며칠 뒤에 안락사했다고 발표됐다.
정말로 그랬을까?
실제로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뜨거운 열기에 시달리다가 우주로 나간 지 다섯 시간여 만에 고통스럽게 숨을 거뒀다. 유해가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서며 불타버린 것은 반년 뒤였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흔히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라고 표현한다. 무지개가 꼭 지상과 하늘을 잇는 아치형 다리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무지개는 비행기에서 보면 커다란 원반 모양이다. 그것조차 이곳 우주에서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라이카는 과연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을까?
북유럽의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전쟁의 여신 발키리가 전쟁터에서 죽은 전사들을 천국으로 인도할 때,
갑옷에 반사된 빛이 오로라가 되어 하늘을 물들인다.
무지개는 희망을 뜻하는 단어다. 그보다 오로라가 죽음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게다가 오로라는 우주에서도 볼 수 있다. 비좁은 곳에 꼼짝없이 묶인 채, 공포 속에서 헉헉거리며 몸부림쳤을 라이카 눈에는 저 멀리서 손짓하는 빛의 물결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내 손등을 핥고 있는 달콩, 너는 아느냐? 처음 우주에 왔던 네 선배는 오로라 다리를 건너갔단다.’
여행 상식 #2 : 우주여행의 종류
100km 너머에 고개를 잠깐 내밀었다가 돌아오는 여행을 ‘서브 오비탈(Sub orbital)’이라고 한다. 반면에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처럼 계속 지구를 빙빙 돌며 추락하지 않는 것은 ‘오비탈(Orbital)’이다. 서브 오비탈은 그대로 상승했다가 10여 분만에 내려오지만, 오비탈은 더 높은 고도에서 수평으로 무려 초속 8km까지 가속해서 지구를 계속 돈다.
민간 우주여행은 서브 오비탈부터 시작된다. 작은 우주선을 타고 고작 몇 분간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다. 본격적인 우주여행은 아무래도 오비탈이 되어야 하지만, 값이 서브 오비탈보다 100배 이상 비쌀 듯하다. 상업 서브 오비탈 여행은 2020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그 비용은 대략 2~3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10여 년 뒤에 시작될 오비탈 우주여행을 다룬다.
우주를 다룬 새로운 형식의 에세이 『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가 곧 출간됩니다. 아마도 다음 회차가 나올 무렵이면 서점에서 보실 수 있겠네요. 이런 책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 지를 놓고 서점 MD와 작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저는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독자들에겐 익숙지 못한 장르라서 과학 교양도서로 분류될 예정이랍니다.
트위터@elang_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