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하얀 배에 올랐고,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창가에는 익숙한 연하늘색이 차츰 사파이어 빛으로 물들더니 그 너머로 모든 색깔이 씻겨나간 듯 어둠이 펼쳐졌다.
마침내 그는 말했다. ‘이제 준비가 되었소.’
그리하여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별처럼 빛나는 두 마리의 갈매기와 함께 날아올라 아주 캄캄한 하늘로 사라져 갔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이 구절은 정말 적절한 표현이었다. 제일 먼저 나를 반긴 것은 검푸른 하늘이었으니까.
빛나는 갈매기들과 함께 지상에서 구름 위까지 다다랐을 때, 그는 자신의 몸도 그들처럼 밝게 빛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러곤 빛이 났다.
굉음이 잦아들 무렵, 주변은 서서히 밝아지더니 천국에 온 것처럼 눈을 뜰 수 없었다. 어디선가 스며든 햇빛에 손을 뻗으려 했지만 빛은 이내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햇살이 지구에 반사되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한여름 땡볕보다 더 환하게.
사람들은 우주를 다른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우주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부터 펼쳐져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갸웃했지만 이제 이해가 됐다. 우리가 떠나온 지상도 우주에 속한다. 다만 이곳이 조금 높은 곳일 뿐이다.
우뚝 솟은 벼랑에서 날아올라 짙은 해무를 뚫고 구름 위까지, 거기서 다시 더 높은 하늘나라에 이르렀다고 여긴 조나단. 하지만 머나먼 안식처라 믿었던 곳조차 떠나온 곳과 이어진 하늘이었다.
처음에 작은 창밖은 수평선과 하늘이 교차하면서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으나, 차츰 옅은 대기를 가르며 별빛이 펼쳐졌다. 까마득한 저 아래에는 구름이 방울솜처럼 떠 있었다.
우주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으나, 나는 적잖이 실망했다. 꽤 높은 곳임에도 둥근 지구를 볼 수 없지 않은가. 내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얼마나 멀리 가야 한눈에 볼 수 있을까?’
저 멀리 지평선은 봉긋했지만, 그것만으로 지구가 둥글다고 말하기에는 섣부르다.
‘너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그러나 지구는 말이 없었다. 오히려 부끄러운 듯 어둠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차츰 하늘과 땅이 맞닿은 경계선에 희미한 실루엣이 드리워졌다. 빛이 노을 너머로 사라질 무렵, 살포시 두르고 있던 얇은 베일이 벗겨졌다. 물방울처럼 투명한 막이 지구를 감쌌고, 그 너머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떠올랐다.
여행 상식 #1 : 어디서부터 우주일까?
국제항공연맹은 100km 이상의 공간을 ‘우주’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그 경계선을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이라 부른다. 우주여행은 카르만 라인 너머로 다녀온 것을 뜻한다. 지상에서 30km만 올라가도 공기가 거의 없는 진공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총알보다 몇십 배 빠르게 날아가는 우주선은 그런 희박한 대기와의 마찰로도 금세 속도를 잃고 추락한다. 실제로 우주선들은 200~300km가 넘는 높이를 비행한다. 이쯤은 되어야 대기 마찰을 무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