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부인이 뺨을? 벨기에 외교부의 급한 불 끄기

by 고대영

4월,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의류 매장 직원의 뺨을 때린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CCTV를 통해 사건이 공개되자 당연히 국민들은 분노했다. 게다가 대사 부인이 중국계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한-벨 전이 갑자기 한-중 전으로 바뀌는 양상까지 보였다.


사건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대사 부인은 면책특권이 있기에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부인은 경찰 조사에 한해 특권을 포기하면서 조사를 받긴 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당시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벨기에 외교부가 대사 이임 시기를 예정보다 빠른 8월로 정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많은 매체들이 외교부 관계자발로 이 내용을 전달했다.


그런데 상황이 갑자기 긴박해졌다. 5월에 또 일이 터진 것이다. 이번엔 한남동 독서당공원에서 환경미화원과 시비가 붙어 쌍방 폭행에 연루됐다. 이 사건 역시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아 종결했지만, 벨기에 외교부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대사 부부를 불러들였다.


그렇게 대사 부부는 7월 초 급하게 인천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래도 이렇게 보낼 순 없었다. 두 번씩이나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상황이었다. (물론 두 번째 사건은 치고받은 거 같지만) 그것도 애초 앞당긴 시점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불러들인 게 그리 깔끔해 보이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라도 하고 가던지.

제목 없음.png 벨기에 외교부 부대변인. 출처 벨기에 외교부 홈페이지

벨기에 외교부에 바로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 외교부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터라 늦지 않게 답변을 보내왔다. 외교부의 서한 속엔 한국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일을 더 벌리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가 담겼다.


두 번째 사건에 대해선 ‘정황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소견까지 곁들였다. 특히 이임 시기를 8월로 앞당겼다는 소문과 달리 처음부터 7월이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쉽게 말해 두 번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합의가 됐다는 얘기다. 어떻게든 첫 번째 사건에 대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려는 듯 보였다.


그들이 그렇다고 하니 안 믿을 순 없다. 다만 두 번째 사건이 터진 직후 벨기에 외교부 장관이 모 인터뷰에서 대사 부부에게 당장 들어오라고 지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귀국한 것으로 볼 때 누가 봐도 일정을 당기고 또 당긴 귀국이라 할 수 있겠다.


외교부는 폭행 당사자가 자국에서 품위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해당 기사는 가끔씩 조회수가 오른다. ‘벨기에 대사 부인 처벌’ 등의 키워드로 말이다. 여전히 국내에선 이번 이슈에 대해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얼마 전 벨기에 외교부는 과거 한국 대사를 맡은 적 있는 인물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이번 대사 부인은 한국계다. 외교부가 나름 노력하고 있다고 봐도 될까. 당시 대화를 나눴던 부대변인 멘트로 마무리한다.


“대사 귀국엔 한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은 우리의 바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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