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쉬어가기, 국제부 기자의 취재 방법

by 고대영

국제부 기자가 취재할 수 있는 루트는 한정돼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와 티타임을 하거나 기업 홍보실과 술자리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이니 말이다. 내일까지 원하는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고, 멘트를 카톡으로 보내 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주어진 건 이메일과 SNS 정도다. 경우에 따라 줌이나 웹엑스를 통해 화상 인터뷰를 하지만, 그 과정 역시 대부분 서면을 통해 이뤄진다.


국제부에 오고 나서 눈에 띄는 한 가지는 외신 기자들도 이메일을 애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산업부에 있을 땐 홍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업 입장을 받곤 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이나 CNN, 뉴욕타임스는 이메일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소식통의 입을 빌려 보도하는 경우도 많지만, 서면 취재도 많다. 그래서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식의 설명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같은 나라에 있어도 그러는데 나라고 오죽할까.


사실 이메일이나 SNS로 말을 거는 건 정말 쉽다. 그게 포인트는 아니다. 답이 오게 해야 한다. 이메일 주소나 SNS 계정을 찾는 게 어려운 경우도 많다. 내 경우 인터뷰이가 5년 전 대학 강사로 활동할 당시 작성한 논문에 적힌 이메일 주소까지 뒤진 적이 있다.


SNS의 경우에도 정작 디엠이나 메시지 창구를 막아 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경우 댓글을 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명인의 경우 그가 게시물을 올리면 삽시간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럴 땐 그가 게시물을 올리면 알림이 오게 설정한 후 알림이 울리면 가장 빠르게 댓글을 단다. 쉽게 말해 ‘1빠’ 놀이를 하는 거다. 댓글은 주로 ‘이메일을 확인해주세요’라던가 ‘기자입니다. 이메일 좀 알려주세요’ 정도다. 계속 올리면 답이 오기도 한다. 내 경우 유엔 대변인실이 그랬다.


취재 지역과 시차가 나는 경우 이 알림이 자정 넘어 울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답변을 꼭 받아야 하는 날엔 잠을 좀 미루는 편이다. 답변만 받을 수 있다면 뭔들 못하리.


이런 취재 방법의 유일한 단점은 지루함 또는 피곤함이다. 영영 답이 오지 않는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땐 차라리 거절이 고맙기까지 하다. 거절도 하지 않고 무응답인 경우 정말 시간이 안 간다. 가끔씩은 그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분명 읽었는데, 답을 안 한다. 과거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으로부터 ‘거절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이 더 됐다. 답변을 받았을 때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고맙다고 했다. 거절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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