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어지간한 기사엔 기레기라는 댓글이 의무적으로 달린다. 심지어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에도 그냥 호칭처럼 쓰이기도 한다.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도 같다.
어쩔 수 없다. 원죄가 크면 죗값은 영원히 갚아야 하는 거겠지. 낙인을 달고 사는 삶이란 갯벌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만큼 찝찝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도록 하는 원동력일 수도 있으니.
올해 일련의 국제 보도를 하면서 가끔씩, 아주 가끔씩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한때 외교관을 준비해서 그런지 이 말을 들을 때면 괜히 기분이 좋다. '민간'이란 말만 빠졌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물론 든다. 외교관이 되지 못한 건 내게 평생 한이 될 만한 것이니 말이다.
난 그저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데까지 국제 보도를 하고 싶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죽을 때까지 국제전문기자 타이틀을 갖고 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이제 1년 갓 넘은 내가 당장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내가 했던 보도들이 정말 국가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됐는지는 모른다. 가십 정도로 읽히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외교관까진 아니더라도 기레기라는 오명은 피할 수 있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계속 이 일을 해 나가야겠다.
앞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두렵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