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행동이 당차서 부러웠다.
"저 꼬마 아니에요!"
로비 출입구를 향해 엄마와 나란히 걷던 아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난데없이 소리쳤다. 아이 엄마도, 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순간적으로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아이 엄마는 눈썹 끝이 아래로 내려간 채로 민망해했다. 나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며 미안함의 신호를 보냈다.
아이와 아이 엄마가 도서관 문 밖으로 사라지기 전에 나도 한마디 외쳤다.
"그래~ 다음엔 꼬마라고 안 할게~~!"
그들이 나간 문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 앉아있던 같은 조 언니가 말을 덧붙였다.
"아이들은 그게 예민해서 그래~"
어느정도 어린이 티가 나는 아이들에게 '꼬마'라고 한다거나 '아기, 아이' 같은 어린애 취급하는 단어를 사용하면 싫어한다는 말이었다.
로비에 있다 보면 갑자기 사람이 몰리는 경우가 있는데, 아까 그 아이는 그 시점에 여러 사람들 틈에 엄마와 함께 있었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을 일일이 체온 체크를 하느라 나는 적잖게 당황한 상태였다. 그러는 동안 헷갈리지 않으려고 '네~ 자, 다음분, 다음분, 네~ 어머니 체온 체크할게요~ 자~ 꼬마도 체크할게요~' 이런 식으로 말이 나왔던 것 같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스치듯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꼬마'라는 말을 그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돌이 되었다보다. '꼬마'가 아닌데 '꼬마'라고 불림을 당했으니 억울했던 모양이다. 기억하고 있다가, 나갈 때 '꼬마'라고 한 나에게 그렇게 외친 것을 보면.
그 아이의 행동이 당차서 부러웠다. 나라면 못했을 텐데. 그 아이는 속 시원하게 외치고 갔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상대방이 별 뜻 없이 남기고 간 말이라도 그게 내 마음속에서 돌이 되었을 때, 내 마음을 표현하는 일. 언제부터 못하고 살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