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대장 May 12. 2021

희망일자리 참여자에서 웹디자인기능사실기 강사로

내게 주어진 일들을 꼭 잘 해내야지

웹디자인기능사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도서관 담당자님께 근무시간 조절이 가능한지 여쭤보았다.


차라리 일이 생겨서 그만둔다고 할까 무척 고민됐지만, 마지막 한 달 남은 상황이기도 했고, 그래서 말이나 해보자는 심정이었고, 내가 그 동안 열심히 일 한게 이 것 때문으로 비춰질까봐 괴로웠다.


혹시라도 다른 조에 계시는 분께서 나와 바꿔 주실 수 있다면 가장 좋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강의를 꼭 하고 싶어 졌기 때문에 도서관을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며칠 뒤 돌아온 답변은 다른 조에 계시는 분께서 바꿔줄 수 없다고 했다.  아쉬웠다. 이대로 도서관을 그만둬야 한다니..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섭섭했다.


 다시 며칠 뒤 담당자분께서 관장님과 여러 선생님과 회의를 했는지, 시간 조절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와, 뛸 듯이 기뻤고, 그 얘길 듣는 순간에는 갑자기 온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서관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서 강의를 하러 갈 수 있는 행운이 생기다니..!


무언가 바라고 열심히 일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좋게 풀려나가니 도서관에서의 마지막 날 까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결심이 들었고, 이 모든게 그 동안 열심히 일 한 것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모두의 배려 덕분에 도서관이 더 좋아졌다.  


아쉬운 소리 하는 것 무척이나 괴로웠지만, 배려해주셔서 감사했다. 강사료와 도사관에서 일한 것을 합치면 전 직장 월급에 못 미치긴 해도, 전 달보다 생활비가 풍족해졌다.  행복했다.



그리하여 11월부터 희망일자리 참여자들은 오전 타임 시간에 나를 포함해 3명이서 일하고, 오후에는 1명만 일하게 되었다.


특혜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더 분주하게 열심히 일했다. 한 가지 일이 더 추가가 되었다.  DVD가 보관되어 있는 정보실에서 전용 클리너로 DVD에 묻어있는 지문을 닦는 일이었다.


이 실에는 컴퓨터가 있어서 간단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스캔도 할 수 있고 출력도 할 수 있었고, 공간의 한쪽에는 DVD가 있었다. DVD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이었다. 정말 많았다. 도서관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이런  곳이 있는지 조차 몰랐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잘 모르는 듯했다. 다른 실에 비해서 사람의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안다고 하더라도 DVD를 빌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요즘 시대는 넷플릭스 같은  OTT 시대니까.


DVD가 꽂혀 있는 곳은 내가 어릴 때 들락거렸던 만화책과 비디오를 함께 빌려주던 가게의 책장과 비슷했다. 책장을 좌우로 움직일 수 있었다. 수많은 DVD를 기웃거리면 구경해봤다. 나는 그다지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데, 유명한 영화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영화들이 꽂혀 있었다. 이런 영화도 다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했다. 영화의 제목과 짤막한 소개글을 읽으면서 내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 만화책&비디오방을 떠올리게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으로 뜨는 영상 외에도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기쁨에 대해 새삼 느껴보게 되었다.


나는 이날부터 도서관에서 일하는 4시간 중에 1시간을 온전히 이 정보실에 머무르게 되었다. 장갑을 끼고, 보들보들한 전용 천에 클린액을 묻혀서 지문을 닦았다.  정보실의 한 구석에 앉아서 DVD를 높다랗게 쌓아놓고 하나씩 하나씩 여유롭게 정성을 들여 닦았다. DVD곽의 영화 제목과 포스터들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니까 보고 싶어 지는 영화도 많이 생겼다. 영화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일을 하면서 내 손에서 하나씩 닦아지는 영화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단순한 허드렛일이 즐거웠다.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내게 도서관에서 다시 기회를 얻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로 기쁘고 감사하다. 내게 주어진 일들을 꼭 잘 해내야지. 오늘은 마음이 따뜻함으로 가득 찬 날이었다.


2020.10.27일 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에서 만난 인연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