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게 된다.
도서관을 10월까지만 다니게 될 줄 알았는데, 나의 사정을 배려해주셔서 파트타임 시간을 조정해주셨다. 덕분에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4시간 파트타임 일을 하고 왔다. 아마도 내 생애 도서관에서 일하게 될 시간은 지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도서관의 시스템에 대해서 알고 싶고, 궁금하다. 그리고 이 시간이 소중하다.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로비에 앉아 체온 체크하는 일보다 각 층마다 돌아다니며 일하는 게 좋다. 이용자들이 반납한 책을 서가에 배가하는 단순한 일이 대부분이지만 하다 보면 사서 선생님이 하는 일을 조금 엿볼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알아 가는 일도 재미있다.
생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게 된다. 너무 열심히 빨리 일을 끝내서 종종 쉴 때는 책을 읽으며 쉬는 것 또한 즐겁다.
오늘은 일요일에다가 비까지 오는데도 도서관에 사람들이 오는 게 신기했다. 그동안의 나는 책만 빌리러 도서관에 왔었고, 이렇게 비까지 오는 날이면 집에만 머물렀는데 여기 오시는 분들은 비가 오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책도 빌리러 오고, 반납하러도 오고, 공부도 하러 오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평일 오전에도 나이가 적건, 많건 각자의 사정으로 공부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었다.
무슨 공부하는지 궁금해서 안 보는 척 힐끗 책을 봤지만 제대로 볼 수 없어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열의가 나에게까지 전해져서 좋았다.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분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도서관이 좋아서 도서관에서 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사서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서 드는 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8시간 풀타임 근무는 이제 안 하고 살고 싶다.
코로나 때문인지 덕분인지 이런 경험도 해 볼 수 있어서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2020.11.1.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