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아이 낳기 전과 후로 인생이 나뉘게 될 거야.”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이제 친구로 지내는 언니가 했던 말이다. 두 돌 아기를 키우는 언니는 나의 임신을 축하해 주며 말했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일상이 바뀌는 실제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나눴던 이 대화에서 나는 아직 크게 공감하지 못한 채, 다만 얼마나 다를까 상상만 해볼 뿐이었다. 그리고 보름 전, 열 달을 꼭 품고 있던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며 남편과 나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겨우 보름동안 나는 매일매일, 언니가 했던 말의 의미를 하나하나 깨닫고 있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믿음은 있었으나,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성인 나는 임신출산으로 포기할 것들이 많다고 느꼈고, 녹록지 않은 이 사회에서 아이를 잘 키울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과 결혼하며 차츰차츰 아이가 있는 우리를 그려보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금방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다. 내 안에 꿈틀거리며 커가는 생명체를 감지하는 매일이 신비로웠고 감사했다. 그리고 오늘 내 가슴에 안겨있는 아기는 초음파로 볼 때와 뱃속에서 움직이던 것과 또 다르게 그 실제 무게만큼의 경이로움을 준다.
과연 내게 있을까 싶었던 모성애는 나날로 커지고 있다. 아직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부기도 덜 빠져 매일 다리를 주물러야 하지만, 아기를 만나는 시간 잠시 아픔을 뒤로하고 하염없이 그 말간 얼굴을 들여다본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나는 모유수유에 대한 욕심도 고민도 없었다. 잘 나오면 먹이는 데까지 먹이고 아니면 할 수 없지,라고 간단히 생각했던 출산 전. 분만 후 이틀 뒤 내 몸이 나의 것이 아닌 듯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수유실에 들어섰는데, 아기새처럼 내게 찰싹 붙어 꼴깍꼴깍 젖을 물어 삼키는 모습이 참으로 뭉클했다. 젖양이 부족해 칭얼거릴 때 속상하고 내가 서툴어 젖 물리는 데 한참 걸리면 아기에게 미안했다. 서너 시간마다 일어나 비몽사몽으로 젖을 짜내기가 힘들면서도 내 아이가 먹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은 감기면서도 몸을 일으켜본다.
한 생명의 탄생이 이만큼 지대한 영향을 가지고 오게 될 줄 나는 감히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 기쁘게 놀라울 뿐이다.
전 같지 않은 몸상태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초보엄마라는 사실, 사회와의 단절에 대한 불안함을 수반한 호르몬의 널뛰기는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 찾아온다. 처음 해보는 육아로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 무력함도 겪게 될 테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갖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고운 두 눈망울, 무한한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