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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넛 Sep 18. 2024

하루 커피 3잔 어때요?

커피를 좋아하면서도 커피를 마실 때 잔을 세기 시작했고 줄였다.




한가위를 혼자 보내는 것을 잘 아는 친한 동생이 

동백으로 와서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함께 성가대를 했었던 15년 전에 

나는 알토 파트장이었고, 그녀는 총무였다. 

그렇게 우린 서로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친형제처럼 의좋게 지낸다.




나와는 다른 점이 많아서 배울 게 많은 똑 부러지는 성격의 동생이다. 

다른 일정도 없었고, 

스스럼없이 나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동생이었기에 

초대가 고마웠고 기쁘게 동백으로 향했다. 

테이블에 가득 차려진 다양한 명절음식의 유혹은 

코와 눈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먹는 기름진 음식인 명절 음식이라 

평소의 식습관을 벗어날 만큼 많이 먹은 후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을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덥다는 생각을 잠시 잊고 나가서 걷자고 내가 제안했고, 

우리의 산책이 시작되었다. 

물론 양산을 챙기기는 했지만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주르륵 흐르기 시작하자 

우리는 더 걷는 게 무리라는 걸 서로 눈치챘다. 

점심 후 집에서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도 

달리 들어갈 시원한 장소를 물색하기 어려워 커피숍으로 갔다. 

그러한 이유로 오늘은 오전에 집에서 한 잔 마신 것과 합해서 

아주 오랜만에 3잔의 커피를 마셨다. 

하루에 6잔의 커피를 마시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이지만, 

최근의 내 일상은 하루 2잔으로 제한하면서 살았으므로 

커피를 한 잔 더 추가한 일이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이라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만약 위에서 비치는 경우와 아래쪽에서 비치는 경우에 

얼굴이 다르게 보인다면 대체 얼굴이란 무엇인가? 

아니 얼굴뿐만 아니라 사물이란 무엇인가? “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에서 발췌



오늘 밤, 잠이 잘 안 오면 나는 아마도 커피를 3잔 마셨으므로,

카페인 과잉 섭취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그런 관념이 생기게 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날보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 계획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의 탓으로 만들고 

커피 마시는 일을 주저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죽는 날까지 나는 커피를 끊어낸 삶을 살기 싫기 때문이다.




”이승에서의 도정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며, 

세상살이의 태반은 발걸음을 조심하는 데 보내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에서 발췌




기호식품 중에 의사들의 견해 한 마디에 끊어낸 것이 많다.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가 건강을 해친다고 해서 하얀 쌀밥도 끊었고, 

케이크와 같은 후식을 좋아했었는데 달달한 후식도 먹지 않으려고 피했고, 

술 마시는 약속도 피하다 보니 

사는 재미가 뭉텅뭉텅 잘려 나가는 듯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모두 끊어내고 오래 사는 삶과 

좋아하는 것을 계속 섭취하면서 짧게 사는 삶 사이의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의사의 말 한마디에 팔랑귀처럼 따라가는 내 행동은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커피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한다는 것은, 소중한 것이고 결과를 낳는 것이다. “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에서 발췌


시간을 지키기 위해 구두가 벗겨진 것도 모르고

달리기에 바빴던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그 사건을 계기로 전개가

재밌게 펼쳐진다.

어쩌면, 지키려고 했었던 행동으로 인해 삶이

아주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가 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신데렐라가 아니므로

내 마음이, 생각이 끄는 대로, 끌리는 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연휴가 끝나기 전에 이렇게 해서 

나도 한가위 명절의 한 부분에 동참했다. 

팔랑귀를 가진 나는 주변의 영양을 많이 받고 살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른 점은 외부의 상황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내 안에서 흐르는 생각이 다름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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