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코넛 Sep 19. 2024

연휴의 전과 후의 분위기

결석이 많은 날은 대부분,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이다.




연휴가 끝난 사람과 아직 연휴인 사람이 출석부를 총해서 드러났다. 

일상을 잘 소화시키던 사람도 auv 일 동안의 휴식기를 보내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힘겹거나 

아니면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의 반항이 있을까? 

학생들이 결석을 많이 하는 날은 

언제나 연휴가 끝난 직후다. 물론 핑계는 다양하다. 

아프다는 게 제일 많고 

그다음이 여행지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아직 서울로 복귀하지 못했음을 알리는 내용이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려운 사람들은 낭만적인 걸까? 

아니면 자신의 본성에 충실한 사람? 

마음으로는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현실 세계는 냉정하게 

출석과 결석으로 나뉘고 

학기 말에 출석점수는 자료에 따른다. 

시스템에 따라 움직인다는 약속은 

개인의 본성을 흡수할 수 없다는 약속과 닮았다.

이유를 막론하고 나는 학교 방침에 따라야 하고, 

평가해야 하는 자의 입장이라 냉정한 시스템에 복종할 수밖에.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뻘 속에 갇혀 있어서 무디고 둔한 것이다. 

영혼의 지작 능력이란 조급하고 불확실한 법이다. 

그래서 영혼은 아무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는 예견할 수 없다. 

짐작이라도 할 수 없었다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 “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발췌




듬성듬성 앉은 학생들을 마주하고 강의를 하는 데 나도 힘이 쑥 빠졌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이지 않았나? 

조금 산만했나? 

나의 연휴는 일상의 연속과 흡사했으므로 

연휴가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나 비슷한 상태이니 힘이 빠진 이유는 

상대성 원리처럼 환경, 즉 학생들의 태도에서 기인한 듯하다.

몸은 피곤하지 않은데 기운이 빠지는 현상은

몸과 정신의 불일치 상황이다.



물질과 정신으로 양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삶을 떠올리면

자꾸 두 세계로 나누는 나를 만난다. 

정신세계가 풍요롭고 충만한 부요한 자와 

물질로 풍요로운 부유한 자로, 

그러면서도 어느 쪽이 더 좋다고는 말하지 않게 된다. 

나는 무엇에 열광하는지, 

또 어떤 상황에서 훨씬 행복을 체험하는 지와

더불어 삶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것이 

정신인지 물질인지 따져보려고는 한다.




”인간의 머리란 구멍가게 주인과 같은 것이에요. 

계속 장부에 적으며 계산을 해요.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이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아주 좀 상스러운 소매상이지요. 

가진 걸 몽땅 거는 일은 절대 없고 꼭 예비로 뭘 남겨 둬요. 

머리는 줄을 자르지 않아요.

아니, 아니지! 오히려 더 단단히 매달려요. “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발췌



연휴가 마치 분기점이라도 되는 양, 

혹은 심리를 나누는 깃발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게 된 이유는 이번에만 느낀 게 아닌 

아주 오랜 시간 누적된 출석과 결석의 비율에 미치는 영향? 

풀어졌다가 가시 긴장하는 자세로 되돌아올 때 

어떤 작용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짚어보고 싶었다. 

어쭙잖게 심리 통계를 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논리의 근거를 만들려는 젓도 아니다. 


오늘 힘이 빠진 이유가 학생들의 자세에서 비롯된 게 맞는다고 하면, 


나는 프로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각인할 필요가 있어서다.

반성을 위한 점검?



흔히들 말하길,

고양이는 독립적이라, 그게 제일 매력이라고 했다.

자기 세계가 확실해서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면서도

본인의 세계를 절대로 잃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말은 고양이하 한 말이 아니라

고양이를 바라본 상대적인 평가이므로

나는 고양이가 독립적이라서가 아니라,

자기 세계를 잃어버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예민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동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 날이다.


내가 상대적인 반응으로 힘이 빠진 일이

마치 고양이의 행동과 닮은 듯한 느낌이었으므로.


부끄러우니, 어둠 속으로 몸을 빨리 숨겨야지.





작가의 이전글 하루 커피 3잔 어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