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감정을 조직의 목표에 이입해선 곤란
1 15년 전쯤이었을 거예요. H 자동차 마케팅 회의에서 부문 대표를 모시고 온라인에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자동차 커뮤니티’ 활용에 대해 발표 중이었는데요. 발표가 중간쯤 지났을까요? 부장님 한 분이 “아니 누가 자동차를 온라인 커뮤니티 이야기만 듣고 산답니까? 현실성이 없어요”. 그 뒤로 부장님은 계속해서 그 지점에 대해 딴죽을 걸기 시작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자신의 지나 온 경험과 당시 초기 온라인이라는 현실에 대한 인지부조화였던 셈이죠.
2. 발표가 계속 끊어지니, 같은 자리에 계시던 H사 상무님도 불편하셨는지, “00 부장, 끝까지 좀 들어보자. 정 듣기 싫으면 나가든가”라고 역정을 내셨죠. 그렇게 발표는 잘 끝났지만 분위기가 별로이긴 했습니다.
3.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일은 다반사입니다. 어느 조직이나 악역(?), 호의적으로 말하면 (devil’s advocate)가 존재하더군요. 그들이 말하는 문제라는 것이 곧 잘못이라는 건 아닙니다. 조직이 가진 현실과 이상의 거리 정도를 우리는 ‘문제’라고 부르죠. 그러니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나 지식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라고 봐야 합니다.
4. 하지만 앞서 보였던 것과 같이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이 태도가 되어, 조직이 가고자 하는 목표에 감정 이입하는 것이 잘못된 지점입니다. 그 순간 그들은 조직의 방해꾼이 되고 말기 때문이죠.
5. 그리고 이런 방해꾼들이 나타나는 데에는 몇 가지 속성 때문에 기인합니다. 첫째는 새로운 정보나 지식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고 여길 때고. 둘째, 자신이 조직 내에서 돋보이고 싶을 때이고. 마지막 셋째는 자기에게 더 많이 일이 주어질까 봐 방어하고 싶은 마음 정도입니다. 말했듯이 지극히도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죠.
6. 이 경우에도 자신이 돋보이고 싶어 하는 경우는 더 처참합니다. S 전자에서 브랜드 역량 발표를 참관했던 적이 있었는데. 발표자의 통계적 해석이 자신과 다르다고 역시 부장 한 분이 아예 통계학 강의를 시작하더군요. 옆에 있던 S 전자 부사장님이 앞서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그 부장에게 화를 내시고는 잠자코 있으라고 주의를 주더군요.
7. 어제 같은 상황과 다시 마주했는데요. 저는 여전히 그 상황이 어렵더군요. 여러 번 겪었지만 아직 노련미가 따라오지 못한 까닭일 겁니다. 늘 이런 상황을 늘 시뮬레이션하면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