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부서진 가슴들을 위하여

라라랜드(la la land)_#2016년 12월

by 토토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부서진 가슴들을 위하여.


우회로가 없는 고가도로다. 갓길도 없는 이곳은 꽉 막혀 도무지 빠질 기미가 없다. 차 속에 갇힌 사람들은 제각각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르며 짜증을 억누르는 것 같다. 영화는 오도 가도 못하는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며 차에서 내리는 한 사람을 등장시킨다. 그에 이어 하나 둘, 이윽고 길에 꼬리를 문 차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꽉 막힌 도로이지만, 그곳은 그들의 춤과 노래로 아주 잠시, 꿈결 같은 해방의 시간을 맞는다. 누군가의 환상에 지나지 않을 그 짧은 몇 분의 순간은 다시 익숙한 현실로 정돈되지만, 숨을 틔우는 그 순간의 여운은 오래 남는다.

그곳,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미아(엠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있었다. 미아는 배우 지망생이지만 캐스팅이 된 적이 없고, 피아니스트인 세바스찬은 정통 재즈를 추구하지만 정작 그 이유 때문에 어느 곳 하나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맘껏 연주할 수가 없다. 정통 재즈는 인기가 없으니까. 이렇게 각자의 꿈에 갈급한 두 남녀가 우연히 마주치고, 마주치고, 마주친다.


몇 번의 우연이 빚어낸 작은 불꽃은 두 사람의 가슴에 큰 불길로 타오른다. 하지만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는 그 불길을 조명하기보다 불길을 키운 것들, 그리고 그 불길이 지나간 자리를 조용히 어루만진다. 내가 당신과 마주할 때 환상을 보고, 당신이 나를 떠날 때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을, 사랑이라 부른다면, 영화 라라랜드는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랑 영화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은 서로의 꿈을 먹고 자란다. 세바스찬은 미아가 좌절하지 않고 오디션을 계속 볼 수 있도록 독려하고, 미아는 재즈클럽을 만든다는 세바스찬의 꿈을 응원한다. 세바스찬은 미아의 집 앞에 올 때마다 자동차 경적을 길게 누르고, 미아는 세바스찬이 꿈꾸는 재즈클럽의 이름을 짓는다. 이 장면은 서로가 서로의 꿈을 지켜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은유로 읽힌다. 경적을 울려 흔들리는 상대방의 초심을 깨우고, 존재하지 않는 것에 이름을 붙여 존재케 하는 그들의 사랑법이리라.


라라랜드는 90년대 미국 LA 거리를 배경으로 한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1971년에 문을 연 리알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LA 허모사(Hermosa) 해변의 재즈클럽인 라이트하우스 카페에서 재즈를 듣는다. 둘이 첫 키스를 나누는 그리피스 천문대 역시 LA의 명소다. 어릴 적 할리우드를 꿈꿔왔을 서른한 살의 젊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LA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LA가 세 번이나 들어가는 이 영화의 제목만 봐도 그렇다.

서로의 꿈을 먹고 자란 그들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자 모순적이게도 그들의 꿈을 위협한다. 세바스찬은 미아와 미아 어머니의 통화에서 전해 들은 자신의 수입 이야기에 재즈클럽 여는 것을 유보한다. 미아의 경우 출장이 빈번한 세바스찬과 함께 생활하려면 현재로선 연기를 지속할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고 흔들린다.


꿈과 사랑이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라라랜드의 감독 다미엔 차젤레는 애처롭고 쓸쓸한 미아의 마지막 오디션 장면으로 자신의 선택을 드러낸다. 온전하게 몰입하여 자신의 연기를 펼치는 미아는 흡사 끝없는 창공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의 새처럼 자유로워 보인다. 그녀는 오디션 중간 노래를 부른다.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 비록 바보 같다 하여도 /
부서진 가슴들을 위하여 / 우리의 시행착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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