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의 입, 맞춤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_#2016년 9월

by 토토

마룻바닥에 맞닿은 발이 뒤꿈치부터 조금씩 떠오른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워진 엄지발가락을 바라보며 이곳에 뿌리내린 수많은 나와 나의 부스러기들을 헤아린다. 무중력의 아침. 별 수 없이 떠오른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도리가 없다. 천둥이 치고, 반드시 번개가 찾아올 걸 알면서도 번쩍, 하는 섬광은 가슴을 순식간에 들뜨게 한다. 부지불식간의 사랑. 우리는 민들레 홀씨가 흩날리는 방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2040년 8월 5일 오후 2시. 마고(미셸 윌리엄스 粉)와 대니얼(루크 커비 粉)은 브레튼 만을 비추는 등대에서 만나기로 한다. 해변에서 수평선까지, 그보다 먼 시간 뒤의 재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마룻바닥 위로 깊게 새겨진 붉은 선을 넘어버린 일일지도 모른다. 대니얼은 마고를 사랑하고, 마고는 눈 앞에 떨어진 불덩이를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것처럼.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이야기들로 붉은 선을 가리려는 것처럼, 나는 결혼을 했다고 말한다.


테이크 디스 왈츠. 춤은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다. 웃음과 눈물을 관통하는 선율에 따라 손과 발을 맞추며 리듬을 타는 것일 뿐이다. 마고는 여행지에서 만난 대니얼에게 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대니얼, 나는 두려워하는 감정을 가장 두려워해요. (당신은 내게 멀고 먼 이방인이지만, 나 역시 누군가의 이방인이기에 어쩌면 우리가 만났을지 모르겠군요).

목구멍에 바닷물이 들이칠 때와 같다. 익사 직전의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다독이기 위해 마고는 루(세스 로건 粉)와 함께 한 시간이 마련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길 애쓴다. 두려워하는 감정을 가장 두려워하는 마고의 구조 신호는 대니얼뿐 아니라 남편 루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 마고는 마고라는 꽃을 피워내는 그 어떤 계절에서 서성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꽃은 마고의 의지와 상관없이 때에 맞춰 봉오리를 연다. 꽃이 핀다.


'방금 당신 정수리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어요. 그리고 당신 눈꺼풀에 키스를 했더니 내 입술 아래서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어요. 내 입술이 당신 입술을 아주 천천히 더듬었어요. 유부녀라서 차마 키스는 못하겠어요. 대신 당신 목으로 내려가 목선을 따라 키스를 퍼붓고, 당신 왼쪽 어깨에 있는 점에도 입을 맞췄죠. 그래요. 바로 거기. 그리고 당신의 향기를 빨아들였죠. 당신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어요. 달콤함과 섹스가 섞여 있는 향이에요. 이젠 가슴에 키스하며 젖꼭지를 빨았어요. 한 시간 정도 그러고 있었죠. 처음엔 부드럽게 했어요. 당신은 부드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죠. 당신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열흘 정도 당신과 함께 보내면서 당신 몸의 구석구석을 알아갔어요. 먼저 당신과 함께 놀다가 당신 다리를 벌리고 당신 안으로 들어가요. 부드럽고 싶지만 제어가 안돼요. 당신 입과 몸 구석구석을 가득 채운 뒤 계속해서 말했죠. 사랑한다고.'


'사랑해요.'

햇빛과 양분을 머금고 개화한 꽃잎은 떨어질 뿐, 봉오리로 돌아갈 수 없다. 마고는 남편을 앞에 두고 만개한 목련처럼 잎을 뚝뚝 떨구며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위대할 수 없고, 어떤 사랑이 또 다른 사랑보다 진실할 수 없듯이, 마고는 그저 자신 앞에 놓인 사랑만 남편에게 보인다. 미안하다는 말 이외엔 달리 할 말이 없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가까웠고, 또 그뿐일 뿐이다.


어떤 사랑은 환상적이다. 하지만 환상은 환상의 고유성에 의해서만 환상적일 뿐이다. 마치 마고와 대니얼이 함께 탄 센터 아일랜드의 스크램블러처럼. 어둡고 음악이 나오는데 너무 빨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랑. 그것은 노크 없이 찾아오는 손님, 기별 없이 떠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방, 공중에 붕붕 떠서 입을 맞추는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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