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그대의 무스비

너의 이름은(君の名は)_#2017년 1월

by 토토

일본어로 무스비(結び)는 매듭이라는 뜻이다. 일상적으로 쓸 법한 이 단어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서 조금 다르게 쓰인다.


"이 근방의 신을 옛말로 무스비라고 불렀다. 이 말에는 깊은 뜻이 있지.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전부 신의 힘이란다. 우리가 만드는 끈목(여러 올의 실로 짠 끈)도 말 그대로 신의 솜씨, 시간의 흐름 그 자체를 나타내는 거지. 그것은 더욱 모여 형태를 만들고 뒤틀리고-얽히고 때로는 돌아오고-멈춰서고 또 이어진다. 그게 바로 무스비, 그게 바로 시간."


위 대사는 이 영화의 여주인공 미즈하와 그의 동생 요츠하에게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한오라기 실을 이어가는 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더하여 시간의 흐름 또한 무스비, 신 그 자체라고 했다. 분명 각각 다른 대상, 다른 개념인데도 그들이 한 단어로 이를 통칭하는 것은 본질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입을 빌린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실과 시간, 그리고 신을 근간에 두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짜내려 간다.

도쿄에 사는 타키는 어느 날 잠에 깨자 생면부지의 시골마을 여학생 미즈하가 된 것을 알게 된다. 동시에 미즈하도 도쿄의 타키로 몸이 바뀌자 깜짝 놀란다. 둘 다 처음엔 꿈결이라 믿었지만, 반복되는 일종의 '체인지'에 어느새 적응하고 타키와 미즈하는 잠들기 전 메모를 남겨두며 작금의 현실과 서로의 존재를 믿게 된다.


두 남녀가 몸이 바뀐다는 설정은 여러 영화에서 차용한 만큼 다소 진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 타키와 미즈하가 각각 인식하는 '현재'가 다르다는 지점에서 <너의 이름은>은 이전 영화와 분명한 차별점을 지닌다. 밤하늘을 길게 가르는 아름다운 혜성이 예상 불가능한 대재앙으로 변모할 때, 타키와 미즈하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격차, 그 뒤틀린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기적의 가능성이 피어난다.


분명 그것은 판타지고 허구다. 하지만 감독의 이런 상상은 단순히 기복적인, 사건의 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지 않는다. 되레 그것은 과거 어느 재앙에 대한 깊은 비탄과 다가오지 않은 어느 미래의 희망으로 읽힌다. 황혼기, 둘의 영혼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망각이 찾아올 때 서로의 이름은 간절하게 부르짖고 되뇌는 타키와 미즈하의 모습은 우리 각자가 누군가를 부르짖는 목소리와 다름 아니다.


미즈하의 할머니는 (시간은) 뒤틀리고-얽히고 때로는 돌아오고-멈춰서고 또 이어진다고 했다. 실재하는 허구라고 했던가. 어떤 모순은 진리를 담아내듯, 어쩌면 당신과 그대도 어느 뒤틀리고 얽힌 시간 속에서도 이어져 있을 지 모른다.

<일본 TOHO社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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