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내 얘기하고 다녀?라는 말을 해본 적 있나요?
직장생활을 하며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나에 대한 평가다.
군생활 10년 차.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하기도 했던 입장이라 내 이야기를 누군가 하고 다닌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잘 모르는 동기 하나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래 나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내가 조직에서 용기내서 했던 행동이 하나 있다.
그거에 대해서 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몇 번은 넘어갈 수 있었다. 나는 그 정도 인내는 가지고 있었으니까.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으니까.
근데 자꾸 이야기가 들렸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했다.
안녕? 나 기억하니? 너 나랑 같은 기간에 수업 들었던 걔잖아. 내가 너한테 마지막으로 기회 주려고 전화해. 너 왜 자꾸 내 이야기하고 다니니? 물으니 아무 대답이 없었다. 너 나 잘 아니? 물으니 대답이 없었다. 네가 뭘 안다고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녀? 걔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걔와는 딱 한 번의 회식을 했고 3주 정도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들었다. 말이 유난히 많아 주제넘은 표현을 자주 했던 사람이었다. 사실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술을 먹어도 괜찮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 번의 회식 자리에서 선 넘는 표현을 해서 그 이후에는 술자리에 잘 나가지 않았었다.
술자리에서 나에게 사과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후배 하나가 있다고 전했다. 근데 내가 걔한테 사과하지 말라고 했어, 어차피 너도 걔 싫어하잖아, 걔도 너 싫어한다길래 사과할 필요 없다고 했어. 니도 사과받을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던 걔. 내가 들은 이야기가 너무 신선해서 잘못 들은 줄 알아서 다시 한번 물었다. 내 감정을 마음대로 재단해서 너도 걔 사과받기 싫잖아?라고 말하던 걔. 살면서 처음 본 사람이라 말을 많이 섞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나는 그때 걔한테 너 뭐 되는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술이 잔뜩 취한 채로 구부러진 혀로 그런 말을 내뱉길래 아,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그걸 들으면서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애가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니 처음에는 기가 막혔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렇게 말을 하는지 물었다. 대답하지 못하던 걔. 야 할 말 없냐고. 물으니 친한 사람들 몇 명에게 내 이야기를 했단다. 술을 먹을 때는 그렇게 자신감도 넘치고 남의 이야기를 잘하던 걔는 술이 없는 일과 중에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나도 걔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내가 군생활을 하며 힘든 일을 어떤 선배에게 털어놓았을 때, 걔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 걔는 네가 겪은 게 뭐 대단한 것처럼 말하냐며 그런 일 안 겪은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을 했다. 아니 무시한 게 아니라 나는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돕고 싶다는 말이었어, 돕는다는 게 옛다, 하는 적선의 느낌이 아니라 심적인.. 지지였었다. 별 걸 다 비꼬면서 듣네,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스토킹도 당해보고 소송도 하고 어떤 때는 결재판으로도 맞아봤는데 너도 그랬니? 묻고 싶었다. 우수한 사람은 아니라서 평범한 방법으로 조직에 남아있던 애도 아니면서, 꾸역꾸역 남아있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남아있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본인이 하는 것이 신기했다. 너 뭐 돼 정말로?..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미안한 마음은 있니? 물으니 네가 기분이 나빴다면 내가 미안해야 하겠지,라고 대답하는 걔. 너라면 그런 험담을 듣고 기분이 좋을 수가 있겠다. 물으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너 주제파악 좀 하고 살아, 그리고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나불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어려워서 끝까지 하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걔를 보면서 등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 어떤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를 힘들게 하는 직장상사가 있다면 그 사람 갱년기인가 보다, 생각해. 너를 힘들게 하는 동료가 있으면 그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해. 아마 너보다 잘난 거 없을 걸. 그리고 거울을 보고 네가 이루어놓은 걸 생각해. 아, 사람들이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구나 생각해. 선배, 그건 너무 과대평가 아닌가요, 그런 건 생각할 필요가 없어. 다른 사람들도 각자가 가진 능력을 조금은 과대평가하면서 살아.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내는 흠집에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여태까지 욕을 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뭔가 하자가 있었다. 외적이든 업무능력적인 측면이든 뭔가 깎아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
동료들에게 선물을 많이 받으면 여우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후배들이 잘 따르면 연하킬러라는 이야기를 듣고, 선배들과 자주 어울리면 위만 보며 사는 해바라기라는 말을 듣고, 글을 쓰면 관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직에 좀 맞게 살아! 가끔 조직을 위해 살라며 내가 가진 장점 조각을 오려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게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연락을 잘 안 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부적응자가 되어있었고 부서원들을 괴롭히던 사람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고만 하는 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상을 받자 이거 네가 한 거 아니지? 위에서 하라고 시킨 건 아니냐? 는 말을 듣는다. 사람은 본인이 생각하는 틀 안에서만 생각을 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살아온 인생이 안쓰럽게 느껴짐과 동시에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지 못했구나 깨닫는다.
술자리에서 여자친구가 '굉장히' 질린다고 언제 헤어질지 고민 중이라던 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술자리에서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데 다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쉽게 할 수 있을 애라는 생각은 했었다. 근데 그 친구의 그런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 쟤는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 누구에게든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크게 충격이 되진 않았으나 삶이 안쓰럽긴 했다. 그래서 그 굉장히 지겨운 여자친구랑은 여전히 만나니?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그릇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나는 그 친구의 간장종지보다 못한 그릇을 보고 애초부터 손절을 했지만 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전했다. 무관심보다 더 개빡치는 게 안티팬이라지만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남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그 친구 덕분에 자존감이 조금 올라가긴 했다. 며칠 전 전화한 그 후배에게도 네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이 네 이야기를 하고 다니면 너는 그때부터 셀럽이라고 생각해,라고 했다. 후배는 선배 그건 좀 웃기지 않아요? 하길래 세상에는 더 우스운 일도 많고 웃긴 일도 많으니까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살아, 그렇게 산다고 해서 네 인생이 잘못되진 않는다고 말해줬다.
거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거지의 모습을 보며 힐난하지 않는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던 걔. 나보다 운동을 잘하던 걔. 나보다 뭐 하나 잘나기만 해도 물어뜯는 세상이다. 기부를 해도 돈을 얼마나 버는데 고작 요만큼 하냐 욕을 하고, 선행을 하면 보여주기 위해서 선행을 하네,라고 비꼰다. 공부를 잘하면 공부밖에 할 게 없나 보지, 운동을 열심히 하면 부럽네, 시간이 많나 보네, 하고 비꼬는 사람들이 꼭 있다. 이런 부적응자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흘려듣는 연습과 무던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가끔 당신이 잘났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뭐 하나 잘한다는 이유로 물어뜯길 때가 있을 것이다.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갖지 못한 것에 열등감이 발현된다.
열등감이 없는 사람들과는 잘 지내면 된다.
타인에 대한 열등감을 자꾸 표출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보다 당신이 조금 더 괜찮아지면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욕을 먹으면 나는 셀럽이다, 나는 쟤보다 잘났구나 생각하면 된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자꾸 잡음이 들린다면 오히려 좋아, 이다.
너는 진짜 셀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