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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by Dahl Lee달리

미미는 세상에 무서운 것이 많다. 자전거도 앞구르기도, 귀신도 무섭다. 그중에서도 하나님이 제일 무섭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고, 무엇보다도 벌을 "제대로" 주는 방법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한 남자를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그에게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안겨주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 현숙한 아내와 자녀, 좋은 직업, 아름다운 집. 남자는 허름한 집터를 싸게 사서 손수 벽돌 한 장 한 장을 나르며 집을 고쳤다. 어린 시절 평생을 집 없이 살아온 그는 그 집에 무섭게 집착했다. 날마다 허락된 생명력의 마지막 방울까지 짜내 그 집을 가꾸었었지.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그 집이 요요히 아름다워질수록 그의 생명은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단 걸. 행복에 겨워 오만해진 그가 세상의 정점에 섰을 때, 하나님은 그곳에서 그를 밀어 떨어뜨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그의 흉추는 예리하게 조각나 척수를 깨끗하게 절단했다. 그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그는 다시는 걸을 수 없었다.




미미는 생각한다.


어떤 슬픔이 그 이후에 올 기쁨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기쁨은 그 이후에 올 슬픔을 위해서 존재한다.


남자의 기쁨은 그 이후의 슬픔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남자는 죄를 지었다. 그래서 벌을 받은 것이다.




미미는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다.


생각을 털어내듯 머리를 흔들고 거울 앞으로 다가가 화장을 고치기 시작한다. 아이라이너로 눈꼬리를 길게 뺀 후 마스카라를 칠한다. 미미의 눈은 남자를 닮았다. 웃으면 반달 모양이 되는 눈. 그러나 미미는 자라면서 남자의 웃음을 자주 보지 못했다. 자신의 반달모양 눈이 남자를 닮았음을 깨달은 건 얼마 전에 찍은 가족사진을 보고서였다.




미미는 또다시 생각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버지는 왜 자주 웃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평생 슬프기만 했던 것일까.


어쩌면, 다른 집 아버지들도 자주 웃지 않는지도 몰라. 가족들 앞에선 웃지 않는 거지.


그렇지만 어찌 됐든 역시,

아버지를 슬프게 한 하나님이 밉다.





미미는 갑자기 자기 뺨을 세게 내려친다.

감히 그분이 밉다니, 역시 나는 죄인의 딸이다.


미미는 어려서부터 숱한 죄를 지어왔다. 거기에 방금 하나가 추가되었다. 이 죄는 또 어떤 벌을 불러올까. 회개를 하면 죄는 사라질까. 왜 나는 자꾸 죄를 짓고 싶을까. 내 회개는 진심일까. 죄의 본성을 타고난 내가 정결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화장을 마친 미미가 서둘러 겉옷을 걸치고 집을 뛰쳐나가다가 오른쪽 다리를 삐끗한다.


역시. 벌을 받고 마는구나. 미미는 차라리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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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지붕 아래

아이가 산다


아직 저지르지 않은 잘못과

다가올 생의 매 순간에 대해

미리 혼 날 준비가 된 아이


종일

홀로

놀이를 한다


저지른 죄와

삶에 드리운 그늘을 잇는

촘촘한 선 긋기 놀이


아이는 때때로

엄한 목소리로 꾸짖는다

“그것이 다가오는 게 아니야

네가 다가가는 거야!”

혼자 하는 역할 놀이


우리 집 지붕 아래

자라지 않는 아이가 산다

울지 않는 아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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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