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끝내고 2주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신혼여행 도중에 친구들에게 선물처럼 결혼식 사진을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행복했다. 신부대기실에서 지인들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눈떠보니 행진하던 순간까지 결혼식의 모든 순간이 다 좋았다. 이렇게나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 돌이켜보면 정말 많이 웃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축하받으며 절로 웃음이 났다.
직접 고르고 적은 식순과 대본, 배경음악이라 결혼식 당일에 감동이 적거나 즐기지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벅찬 감동을 느끼며 즐겼다. 입장을 위해 문을 여니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 어안이 벙벙하고 민망해 시선을 제대로 들지도 못했는데 느껴지는 축하의 눈빛에 기분이 붕 떴다. 눈물을 참아 눈이 빨간 채로 성혼선언문을 읽는 아버지, 우리의 선택을 믿고 응원하는 시아버님의 축사, 언니와 동생이 깜짝 등장했던 축가까지 소중하고 순간들이 모여 축제가 되었다. 마지막에 사진을 찍을 때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자리에 같이 있어 행복했다. 어디든 눈을 돌리면 전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고 눈을 마주치면 축하해 주는 애정 가득한 눈빛에 벅찼다. 이렇게 결혼식을 떠올리면 모든 순간이 좋았고 많이 웃고 즐거웠던 감정이 커서 또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결혼식, 또 하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눈 맞추고 이야기도 나누는 긴 결혼식이었다면 그 순간들로 평생을 살게 될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커다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즐거운 결혼식을 위한 과정이었다.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많이 웃고 즐기는 내가 원하고 바라던 결혼식을 했다. 또 하면 똑같이 잘 즐기고 싶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일상을 지내며 이제야 벅차오른 감정과 붕 뜬 마음을 차분히 갈무리해 본다. 결혼했다는 사실도 천천히 실감한다. 이제까지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축하할 정도로 인생에 중요한 결정이었고 순간이었다. 크게 바뀐 게 없는 거 같지만 또 엄청나게 바뀐 거 같아 낯설고 신기하고 몽글거린다. 결혼식에 대해 떠올릴수록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 실감하게 되는데 아마 한동안 내내 느끼지 않을까 싶다. 하나가 아니라 둘,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