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길티 플레져의 추억이란
길티 플레져. 어떤 일을 할때 죄책감이 들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쾌락을 느끼는 심리를 말하는 단어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도 한번쯤 겪어봤으리라 생각된다.
세상에 다양한 길티 플레져가 있고, 당연히 음식에 대한 길티 플레져 또한 존재한다. 아니,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왜, 몰래 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음식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그런 음식에 관한 길티 플레져는 배의 쾌감이 된다. 쾌감에 쾌감을 더한다고 할까나? 하지말라는 말을 어기고 저지르는 일이 주는 죄책감과 쾌락. 그리고 입안에서 펼쳐지는 자극적인 맛의 향연. 그것은 오직 길티 플레져로만 존재하는 음식, 바로 불량 식품이다.
불량 식품. 이름만 들어도 굉장히 나빠보인다. 불량아, 불량 청소년 등의 단어를 연상케하는 이 음식은 사실 불량하다기 보다는 그저 저렴한 소포장 과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군것질거리를 달고 사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없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불량 식품은 몰래 먹는 아이들의 길티 플레져가 되었다.
불량 식품은 주로 학교 앞 문방구 문 옆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나란히 진열되어있던 불량 식품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생일때의 물가를 기준으로 아폴로는 300원, 별사탕은 500원, 네모 스낵은 500원, 멜짱은 400원, 콜라볼은 200원, 그리고 제일 인기가 없어서 돈이 궁한 날에만 먹는 호박엿은 100원이었다.
이외에도 종류는 많았다. 이가 나갈 것만 같던 밭두렁, 여름에는 녹아서 물컹하고 겨울에는 단단해서 도저히 씹을 수 없었던 쫀쪼니, 콜라맛이 나던 새쿰이 (새콤이가 아니다. 새쿰이다.), 여러개가 들어있어서 가성비가 좋은 마루가와껌…. 부르주아지(?)만 사먹을 수 있는 가루껌은 무려 800원이었다. 매일 같이 아폴로만 사먹는 나에게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간식이었다. 입에 넣으면 침과 섞이며 껌이 되는 신비한 이 가루는 초등학생에게 가히 혁명적인 물건이었다. 어쩌다 친구에게 얻어먹으면 실수로 삼킬까 천천히 씹어먹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이런 불량 식품은 돈 없는 초등학생들에게 다디단 쾌락을 주었다. 단맛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누군가가 말했듯이 말이다.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당시의 나는 용돈을 받지 않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불량 식품을 살 수 있었을까? 정답은 예상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바로 돼지 저금통을 터는 것이었다. 불량 식품에 눈을 뜬 초등학교 2학년이 생각해낸 방법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아무튼 나는 우리집 파란 돼지 저금통의 500원짜리를 야금야금 꺼내서 썼다. 어차피 간간히 내가 용돈으로 받은 것을 모아둔거니 그 탓에 누군가가 해를 본 일은 아니다. 그렇게 몰래 꺼낸 동전으로 산 불량 식품은 내 주머니 속에 고이 잠들어있다 학교 도서관에서 은밀히 꺼내지곤 했다. 음식물 섭취 금지 안내가 붙어있는 도서관에서 몰래 꺼낸 동전으로 산 아폴로와 멜짱을 녹여먹으며 하던 독서의 짜릿함이란. 세어보니 하지 말아야 하는 금기를 3개나 어긴 셈이다. 밍밍한 사이다맛의 딱딱한 사탕은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 끈적한 덩어리가 되었다 침과 함께 사라지곤 했다.
그렇게 열광했던 불량 식품의 짜릿함은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며 시들해졌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거의 잊혔다. 잊고 있던 불량 식품의 추억이 되살아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야였다. 우후죽순 생기는 아이스크림 할인점 한켠에 진열된 불량 식품들은 나를 한순간에 초등학생 시절로 데려다놓았다.
반가운 마음에 냅다 사서 입에 넣은 불량 식품의 맛은 실망스러웠다. 허무하고, 밍밍하고, 싱거운 맛. 한입에 넣고 굴리면 머리를 얻어맞은 듯 띵하고 날카롭게 올라오던 신맛과 단맛은 어디로 가고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단맛과 인공 향료의 향이 퍼져나갔다. 이게 아닌데. 추억에 맛이 보정된 것인지, 맛이 정말로 바뀐 것인지, 혹은 다른 맛있는 간식들에 길들여진 입이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가지 모두인지 헷갈려 나는 나머지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며 걸었다.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그때 그 맛은 야속한 추억에 섞여 목구멍 뒤로 스르륵,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