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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Oct 23. 2016

가을 높은 하늘 아래

강원도립화목원의 가을

내가 느끼는 계절과 상관없이, 밖에서 볼 수 있는 계절은 한 박자씩 더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아직도 낮에는 더워서 팔을 걷는데, 길바닥에는 은행이 터져있고 심지어 낙엽도 보인다. 여름 꽃들은 슬슬 자취를 감추고, 이제 가을꽃들이 더 많이 보이는 시기가 왔구나 싶다. 


최근 나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들었거나, 아예 불가능했던 정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여러 정원을 찾아보며 어디를 갈까 하다, 마침 강원도 쪽은 가본 기억이 없어 강원도립화목원을 가보기로 했다. 







입구 근처에는 군데군데 천일홍이 무리 지어 피어있었다. 요즘 시장에는 천일홍이 유행인 것 같던데, 이곳에는 자주색 한 가지만 피어있었다. 





특이하게 이곳은 온실이 무려 네 동이나 있었다. 국립수목원같이 거대한 곳도 두 동 정도인데. 각 동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고, 서로 이어져있어서 실제 넓이는 그렇게 크진 않다. 안내도로 봤을 때랑 달리 식물원의 상당 부분은 온실이 차지하는 것 같았다.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지, 산이 많아서 그런지 해가 상당히 빨리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노을빛이 흩어지며 온실 전체에 스며들었다. 





온실은 흔한 식물원의 난대-열대-중남미 구성 외에도, 공중에 매달린 것들만 따로 모아놓는 온실이 하나 더 있었다. 





온실이 입구 근처라 온실을 가장 먼저 봤는데, 온실을 모두 돌아보고 입구 근처 정원으로 향했다. 슬슬 여름꽃의 흔적은 모두 없어지고, 가을꽃들이 많이 보였다. 꽃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꽤 한적하고 조용했다. 





아래만 찍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이 굉장히 멋졌다. 정원 근처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제법 있었고, 구름이 나무들에 걸쳐진 듯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길래 보니 훈련중이었던듯



입구 근처를 벗어나니 쭉 뻗은 길을 통해 천천히 돌아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잔디밭에 매트를 펴고 앉아서 가을 하늘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여름의 흔적이 완전히 지나간 건 아닌 듯, 루드베키아가 보이기도 했다. 간혹 가을꽃임에도 이미 모든 꽃을 피어내고 시들 준비를 하는 것들도 보였다. 





호수 근처는 이제 정말 가을이었다. 





해가 기울어 저녁 빛으로 바뀌려 하고 사람들이 슬슬 집으로 향할 때,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이름이 화목원인 것 치고는 꽃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대신 쭉 뻗은 길과 한적한 분위기는 꽤 괜찮았다. 돌아보는 내내 오카야마시한다야마식물원이 생각났다.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는 단풍빛보다 더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인파를 볼 수 있었다. 길이 잘 뚫려있긴 한데, 슬슬 단풍철이라 여길 오고 가는 길이 굉장히 막힐 것이다.    





w_ A7R2, Loxia 2/35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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