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들개 편
티비를 잘 보지 않는다.
서울살이를 하면서 집에 티비가 없을뿐더러 티비 말고도
사실 유튜브를 비롯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애용하기 때문에 티비가 있어도 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집에 내려오니 읽을 책을 품에 두고도 리모컨을 먼저 잡아버린다...
채널을 돌리다가 자연 다큐멘터리에 발걸음을 멈춰서 어느 영화보다 몰입해서 시청했다.
BBC에서 제작한 '다이너스티 야생의 지배자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설특집으로 한국어 내레이션을 입혀 방영한 것이다.
5부작 중 4번째 에피소드인 아프리카 짐바브웨 마나 풀스 국립공원의 아프리카 들개의 삶.
야생
어미 들개인 테이트가 집권하고 있는 영역을 그녀의 새끼 블랙팁의 무리에 뺏기고 만다. 그리고 사자의 영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테이트 무리의 치열한 여정 속에서 투쟁과 생존의 모습이 드러난다.
강가에서 물을 마시다 악어에게 먹잇감이 되어버리고, 하이에나와 싸움 끝에 새끼를 잃기도, 다리가 부서져가면서 잡은 임팔라를 사자에게 뺏겨 또 하루를 굶어야 하는 살벌하지만 아주 당연한 야생에 몰입하게 되었다.
야생 :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람 또는 그런 생물
아프리카 야생에는 아프리카 들개에 위협이 되는 종들이 너무 많다.
물러서지 않는 개코원숭이마저 그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야생이다.
사방이 적이고, 잠든 순간마저도 생존의 위협 속에서 깨어있어야 한다.
명절을 맞이해 친지들을 만나서 새배를 드리며 아직 세뱃돈을 받는 '나'
고향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러 간다고 부모님께 술값을 받는 '나'의 모습은
어미 들개 테이트가 땅굴 속에 새끼들의 은신처를 구해 먹이를 물어다 주는 모습과 일치해 보인다.
나는 '경제적 야생'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라는 야생에 내몰리거나 함께 해야 함이 머지않았음을 느껴진다.
먹잇감이 될지
주변의 것을 잃을지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갈지
모르지만 아주 험난해 보인다.
고학년이 되어버려 새 학기를 앞둔 지금, 또래들이 한창 취업준비를 시작할 때지만
테이트처럼 무리를 이끌고 새로운 영역을 찾아보려 한다.
아프리카 들판이 너무 넓고 곳곳이 위험 천지이지만 개척 속에서 66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종에 테이트 가문은 280마리를 번식하여 종족 유지에 큰 기여를 한다.
아직 땅굴 속에서 야생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들처럼 '목숨'을 걸고, '개척' 한다면 시장 속에서 '생존'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호기롭게 위험한 소리를 내뱉어 본다.
다 떠나서 이런 명작을 설특집으로 KBS가 만들었다고?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지만 BBC가 만들었다.
하지만 대작을 찾아서 방영해준 것은 KBS라는 점
(다큐에 스포라는 것이 있나 싶긴 한데 아래는 스포입니다..)
안타깝게도 테이트는 사자에게 죽음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