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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의 효능

이제 당신에게도 작업실이 필요하지 않을까?

by 비잉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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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은 꼭 프리랜서나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독립을 꿈꾸는 사람, 집 근처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작업실이 생겨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답변이 달라지곤 했다. 그건 좋은 점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고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이런 것 때문에 좋은 거야'라고 단언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그렇게 이유가 깔끔하게 정리되지도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국식 식당 벽면에 붙은 '00의 효능'을 생각한다. 옛스러운 한글 폰트로 멋들어지게, 확신을 가지고 일필휘지로 적혀 있는 그 문장들. 낙지와 더덕과 콩나물과 들깨의 효능이 모두 피를 맑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가끔은 헛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경쾌하고 힘있는 그 말들이 좋다. 그래서 나도 매사에 신중한 척 애쓰는 성격을 극복하고 작업실의 효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참에 써서 작업실 벽에 붙여 놓을까 싶다.




심신의 안정

내 취향에 맞게 세팅하여 언제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집,회사 등 일상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운동량 증가

작업실까지 이동하는 루틴이 생겨 일 평균 걸음수가 늘어납니다.

출퇴근에 준하는 효과를 내어 생활패턴 붕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서 몰입이 극대화 되어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외부 환경에 방해받지 않습니다.


자존감 상승

매달 월세를 납부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일깨울 수 있습니다.

서류상 부동산을 보유한 경제활동인구라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창조성 고양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과 향을 고르며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소품, 식물, 꽃 등을 배치하며 미감을 기를 수 있습니다.


사회성 회복

가족, 친구, 지인을 부를 공간이 있어 인간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건물주, 근처 이웃과의 소통으로 사회생활을 위한 대화 스킬이 향상됩니다.


경제력 훈련

전기/수도세, 인터넷요금 등 각종 지출을 체크하며 금전 관리 능력을 기릅니다.

작업실 공유, 대관 등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작업실을 열고 나서 카페에서 일하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분 전환을 위해서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에는 가까운 카페에 가기도 한다. 카페나 도서관 등은 작업실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작업 공간이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카페가 많아진 이유는 카페가 2시간에 5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업실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늘 바쁘고, 뭔가에 쫓기거나 뭔가를 쫓아다닌다. 생산성에 집착하고 도태를 두려워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카페가 아닌 진짜 자기만의 방, 작업실일지도 모른다. 왜? 위와 같은 효능이 있으니까!



작업실을 열게 된 이유는 2024년 겨울 지인이 운영하던 책방을 작업실로 쉐어했던 경험에서 비롯했다. 서울 인헌동 부근에서 작은 서점 '책방여여'를 운영했던 민아님은 책방을 폐업하기로 결정한 후, 공간이 팔리기 전까지 브랜딩 모임 '마이 빅 브랜드' 멤버들에게 소정의 비용을 받고 쉐어하기로 했다. 집에서 50분 정도 소요되는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나는 쉐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아늑한 나무향이 나는 책방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고, 노트북으로 외주 일을 하기도 했다. 때로는 지인들과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때 사적인 공간의 소유가 주는 힘을 처음 느꼈다. 거창한 고층 빌딩의 오피스가 아니더라도, 번화가에 위치해 누구나 찾아오기 좋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충분했다. 안전하고, 편안하고, 여유롭고, 눈치보지 않는 환경에서 나오는 연결감과 창의성은 남다른 결을 지닌다. 이제 당신에게도 작업실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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