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범주, 비꼬기와 비유하기
4. 언어는 범주이다, 언어화는 범주화이다.
4.1. 우리는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 범주를 다룬다. 우리가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우리는 범주를 다루기 어려울 것이다. 언어 없이 신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정의라는 개념에 대해서,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생각해보라.
4.1.1. 우리가 언어 없이 어떤 개념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원시적인 언어(예를 들어 상형 문자 이전의 그림으로서의 언어)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4.1.1.1. 이러한 경우에 있어 우리가 상대적으로 매우 단순한 개념 - 예를 들어 먹는다, 잔다 - 이 아닌 충분히 추상화되어 있는 개념을 생각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4.1.1.2. 이러한 사고 실험은 우리가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 범주를 다룬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2. 우리가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 범주를 다룬다는 것은 모든 언어는 어떤 범주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이 명제의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모든 범주가 어떤 언어로 대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감각을 느끼면서 이 감각은 언어로 형용할 수 없다, 라고 말한다. 그와 같은 사례가 모든 범주가 어떤 언어에 대응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임의의 단어를 떠올려보라. 우리가 어떤 단어를 떠올리더라도 우리는 그 단어를 떠올림과 동시에 그 단어가 대응되어 있는 범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4.3. 언어는 <언어>라는 형식과 언어에서 <언어>라는 형식을 제외한 실질로 구별된다. 우리는 어떤 언어 x에서 형식으로서의 <x>를 제외한 실질을 {x}라고 표기한다.
4.3.1. 예를 들어 우리가 신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해보자. {신}이라는 범주의 실질은 <신>이라는 범주의 형식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대단히 자명하다. {신}이라는 범주의 실질은 <신>이라는 범주의 형식으로도 표기될 수 있으나 <god>이라는 범주의 형식으로도 표기될 수 있다 ... 수 많은 다른 표기 방법들이 존재한다.
4.3.2. 모든 언어는 사용된 변수이다, 라는 점이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의미가 없는 언어(그것은 물론 언어가 아니다)는 변수성을 유지하고 있다(그것은 사용된 변수가 아니라 지시된 변수이다).
4.3.2.1. 이러한 점은 비꼬기에서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문장과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문장을 비교해보라. 전자에서 우리는 대단한 사람, 이라는 언어를 사용함에 있어 {대단한 사람}이라는 실질을 정상적으로 대응시키고 있다. 그러나 후자에서 우리는 <대단한 사람>, 이라고 언어의 형식만을 차용함으로써 {대단한 사람}이라는 실질이 대응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범주의 형식과 실질의 분리된 사용이 비꼬기의 본질이다.
4.3.2.2. 그러므로 비꼬기의 본질 역시 지시된 변수의 도입이다.
4.3.2.2.1. 메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꼬기 역시 이해할 수 없다. 비꼬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메타성 역시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
4.3.2.2.2. “말씀해주시기 전에는 제가 메타성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4.3.3. 우리는 이 지점에서 비유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비유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다. 비유란 {}, 기호의 도입이다(이 문장에서 비유적, 이라는 단어는 비유적으로 사용되었다, 라는 점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4.3.3.1. x를 y에 비유한다고 했을 때, x와 y는 표면적으로 다르면서 본질적으로 같아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것을 다른 어떤 것에 비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그 본질은 유지한 채 나머지 것을 변경시켜야 한다.
4.3.3.2. 하나의 예시: 그 사람은 저에게 {버팀목}이었습니다. 이 문장에서 그 사람, 과 버팀목, 이라는 단어는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일치하고 있다.
4.3.3.3. 이제 우리는 비유란 {}, 기호의 도입이다, 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앞에서 {}는 어떤 범주(언어)의 실질을 표현하는 기호라고 하였다. 우리가 앞의 문장에서 버팀목, 이라고 하지 않고 {버팀목}, 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그 문장의 맥락에서 버팀목의 어떤 실질(본질)만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4.3.4. 또한 이제 우리는 비유란 {}, 기호의 도입이다, 라는 문장은 비유에 대한 {비유적인} 대답이다. 라는 문장에서 왜 비유적인, 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적인}, 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4.3.4.1. 그것은 {}, 기호는 어떤 범주의 실질을 의미하는 기호로 정의되었으나, 위 문장에서는 어떤 범주의 - 어떤 맥락에서의 - 본질을 의미하는 기호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질, 이라는 개념은 본질, 이라는 개념과 - 이 맥락에서의 - 본질적인 층위에서 일치한다.
4.4. 비꼬기는 <> 기호의 도입이다. 비유는 {} 기호의 도입이다.
4.4.1. 비꼬기는 범주(언어)의 형식만을 차용하는 것이고, 비유는 범주(언어)의 실질만을 차용하는 것이다.
4.4.2. 그것은 참 대단한 일입니다, 그것은 참 <대단한> 일입니다, 라는 문장의 차이를 우리는 이해한다.
4.4.3. 그 사람은 사자를 닮았다, 그 사람은 {사자}를 닮았다, 라는 문장의 차이도 우리는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