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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치우 Oct 15. 2023

[5/10] 미로, 스테레오그램, 직관

인지와 범주화


5. 인지는 범주화이다.

    

5.1.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인지함에 있어 우리는 반드시 어떤 범주들을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범주는 인지의 수단이다.

        

5.1.1. 우리는 어떤 대상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 눈이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받아들인 정보를 뇌에서 어떤 범주에 포섭한 결과를 보는 것이다(오래된 비유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눈이라는 감각 기관이 받아들인 정보를 포섭할 수 있는 범주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우리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혹은 우리는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5.1.2. 그 유명한 정육면체 착시 그림을 보라! 우리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 뒤에 있었던 꼭지점이 앞으로 나오고 앞에 있었던 꼭지점이 뒤로 들어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어떤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어떤 대상을 범주에 포섭하는 과정 없이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5.1.3.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감각이라는 인지 과정에서조차 범주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볼 때, 들을 때, 맡을 때, 만질 때 항상 어떤 범주를 활용하고 있다. 범주의 활용이 이처럼 항상적이라는 점이 항상적인 범주의 활용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5.2. 가장 기본적인 범주화의 형식은 <...는 ...다>이다, 그러므로 인지의 기본 형식은 <...는 ...다>이다.

        

5.2.1. 인지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재언어화로서의 인지, 언어화로서의 인지, 감각으로서의 인지.

            

5.2.1.1. 모든 언어는 범주이지만 모든 범주가 언어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범주를 조작함에 있어 언어라는 수단을 자주 활용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언어라는 수단을 사용하지 아니하고도 범주를 조작할 수 있다.

            

5.2.2. 재언어화로서의 인지의 예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이와 같은 문장은 소크라테스, 라는 범주(이와 같이 구체적인 대상이 범주가 되는가? 그렇다, 그것은 하나의 원소를 가지는 집합으로 비유될 수 있다)를 인간, 이라는 범주로 포섭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장은 언어에 대응되어 있는 범주를 다른 언어에 대응되어 있는 범주에 포섭시킨다.

            

5.2.3. 언어화(최초-언어화)로서의 인지의 예시: (소크라테스를 보며) ...는 소크라테스다. 이때 우리는 소크라테스라는 대상을 보며 그 대상을 소크라테스라는 범주로 포섭시킨다. 보다 정확하게 우리는 <...>라는 형식을 취하고 {소크라테스}라는 실질을 가지는 비언어적인 범주를 <소크라테스>라는 형식을 취하며 {소크라테스}라는 실질을 가지는 언어적인 범주로 포섭시킨다.

                

5.2.3.1. 또 다른 예시: (소크라테스를 보며) ...는 인간이다. 이때 우리는 <...>라는 형식을 취하고 {소크라테스}라는 실질을 가지는 비언어적인 범주를 <인간>이라는 형식을 취하며 {인간}이라는 실질을 가지는 언어적인 범주로 포섭시킨다.

                

5.2.3.2. 이때 <...>라는 기호는 {언어화되지 아니한 범주, 이름을 가지지 못한 범주, 묵음으로서의 범주}라는 실질과 대응되어 있다.

           

5.2.4. 감각으로서의 인지의 예시: (소크라테스를 보며) ...는 (소크라테스라고 생각하며) ...다. 이때 우리는 <...>라는 형식을 취하고 {소크라테스}라는 실질을 가지는 범주를 <...>라는 형식을 취하고 {소크라테스}라는 실질을 가지는 범주로 포섭시키고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고 인지하면서 그와 같은 인지 과정을 언어로 발화하지 아니하는(이때의 발화는 말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속으로 발화하는 것도 포함하는 의미이다) 경우에도 위와 같이 범주의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5.2.4.1. 이와 같이 비언어적인 범주를 다른 비언어적인 범주에 포섭시키는 과정이 우리가 말하는 감각이다. 이와 같은 감각 과정은 언어를 사용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감각 과정에서 범주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된다.

                

5.2.4.2. 그러나 일단 감각 과정이 위와 같이 <...>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범주를 <...>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다른 범주에 포섭시키는 과정을 이해하면, 모든 인지 과정이 범주에 의존하며 감각이라는 인지의 하위 유형 역시 그와 같은 의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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