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공백이 남긴 것

by 산에태양

한 3년쯤 되었을까.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끊었다.
그것도 어설프게가 아니라, 꽤 철저하게.

그래도 처음 2년 정도는 식사량 조절이라는 최소한의 방어선을 유지했다.

운동은 안 해도, 적어도 몸무게만큼은 관리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마저도 놓아버렸다.

어제는 밤늦게 피자를 주문했다.
한 조각이 아니라, 한 판을 거의 무자비하게 입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얼마나 산다고, 그동안 너무 참으며 산 거 아니야?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오후쯤 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점심시간에는 라면 두 개를 종류별로 시키고, 다른 음식 몇 가지를 더 시켰다.
대부분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워질수록 일은 더 버거워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이유 없이 답답한 기분이 따라다녔다.
그런데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나이에 뭐가 어때서. 그동안 절제하며 살았잖아. 이제 좀 풀어줘도 되지 않나.

그러다 우연히 휴대폰 속 사진 하나를 보게 됐다.

7년 전, 강의를 하던 시절의 나였다.
날씬했고, 지금보다 훨씬 또렷해 보였고, 무엇보다 지적으로 보였다.

그때의 나는 외부 강의도 자주 나갔고,
주 3일 이상 운동을 하며 최소한 나 자신을 관리하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배가 나온 중년 남자다.
10kg이 늘어 예전에 입던 바지는 모두 사라졌고,
편한 청바지만 돌려 입는다.

불과 3개월.
폭식과 음주로 몸은 빠르게 망가졌다.
그리고 몸이 망가질수록, 이상하게도 의지는 더 약해졌다.
모든 것이 귀찮아졌고, 정신도 자주 멍해졌다.

그제야 알았다.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는 것을.
그리고 핑계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는 것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오늘부터 1일.
7년 전의 몸무게를 목표로,
그리고 그때처럼 다시 움직이기 위해.

이제는 나에게 더 이상 핑계를 주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내 몸 앞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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