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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Mar 09. 2020

유리잔에 콜라를 많이 남기는 방법

김자까의 78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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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분 글쓰기 시이작->


친구는 오늘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친구는 소설 모모의 주인공 '모모'같다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친구는 늘 깊게 듣고 기다렸다가 적절
할 때 맞장구를 쳐준다.
그 타이밍이 매번 절묘해서 나는 그
친구를 참 좋아한다.

그러다가 하루는 궁금한 것이 생겨 물었다.

'너는 오늘 하루 종일 말을 안 하네?'

친구는 느릿느릿 입을 떼려다가
내가 다시 말을 시작하자 입을 닫고
또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내가 질문을 또
던졌고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나는 너에게 어떤 친구야?'

친구는 질문을 듣고 콜라를 먹다 사레
가 들린 듯 기침을 콜록콜록하더니
가만히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음… 콜라 같은 친구?'

친구가 한 마디 하고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다시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코… 콜라?'

'응 콜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시원시원하고 답답하지 않잖아 또…'

'오 좋은 거네? 또?'

친구는 콜라를 유리컵에 조르륵 따랐다
특유의 느리고 긴 이야기가 시작됐다.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우리의 대화가 이 유리컵이라고 한다면 너는 콜라 같은 사람이라 그런지…
어딘지 시끌벅적하고 통통 튀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 거품처럼
기분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고 다 잘 될 것 같아서 설레기도 하는데…
집으로 돌아갈 때는 텅 빈 것처럼 허전해져. 거품이 빠져서 남는 게 없는 느낌?'

나는 느닷없는 기습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친구를 쳐다봤다.

'음 오해할 수 있겠다… 그게 네 탓이라는 게 아니고 우리 대화가 그렇다는 거지… 너는 내 고민을 이야기하면 항상 속 시원한 해결책을 주잖아 마치
내 고민은 고민도 아니었던 것처럼…
뭐든지 단숨에 답을 내는 모습이 부러워.

마치 톡톡 쏘는 탄산수같이 삶의
텁텁한 부분을 해소시켜줘…

물론 직설적인 화법을 쓰니까 자극적
이라고 해야 하나 너의 말을 한 번에
삼키기 힘들 때도 있지만
삼키기 어렵다고 내내 문제를 안고
살아가기엔 알약 무서워하는 애처럼
어린애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난 너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배우는 자세가 돼.

결론은 그냥 네가 콜라 같아서 좋다고.
다만
콜라를 살살 따르면 거품이 안 생기는데 빨리 따르면 거품이 뜨고 남는 게 없잖아?

나는 주로 너랑 만나면 들을 때가 많
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거의 못 하니까

콜라를 천천히 따르는 것처럼
네가 말을 좀 느긋이 한다면…

말하자면 서로의 대화 속도를 맞출 수 있다면

집으로 가는 길에 너와 나눈 대화가
좀 더 많이 유리잔에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

오분 글쓰기 끝


제목: 유리잔에 콜라를 많이 남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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