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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Mar 05. 2020

사람들 사이에 올라타보자

김자까의 77번째 오분 글쓰기

사연: 타인의 시선이 너무 신경 쓰어요
어느 정도냐면 집 앞의 미용실도 못
갈 정도예요.

사연 주신 분: 어느 지인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신청방법: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세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한글 인간,
즉 '타'인들은 훈민정음 시절에 처음
나타났다.

그들은 '가'인이나 '나' 인과 다르게
한글의 가장 뒤 쪽에 살았으므로
일반적으로 앞 쪽에 위치한
'가''나' 인과는 살아온 과정이 완전히 달랐다.
그건 '파''하'인도 마찬가지였는데
애초에 앞 쪽에 위치한 다른 한글인
들보다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 있어서
파, 타, 하 인들은 처음에는 동질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파인은 파인애플에 들어갔고 영어에서는
좋다(fine)로도 사용됐으며
한편 하인은 누군가의 아랫사람이
되어 살게 되었다.

그런데 타인은 문자 그대로 '나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한데 누군가의 종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하인보다야 나은 것 같아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는 했지만
그들은 인간 곁에 머물면서도 늘 상처를 받는 때가 많았다.
예를 들면 알고 지낸지도 한참이 지나
이제는 친구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고
악수를 내밀면 상대가 정색하며
'어? 우리 아직 이런 사이 아니잖아요'

라고 말을 했고
그럼 무슨 사이냐고 물을 때마다
'당연히 타인이지요'라고 대답을 했고
여지까지 친구라고 생각한 타인들은
그 대답을 들을 때마다 크게 상처를
받고는 했다.

결국 그들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인간을 좋아해 멀리 가지 않고
인간 곁에 숨어 살았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는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왕왕 있다.
그러나 돌아봤을 대 그곳에는 사실 아무도 없고 상대의 눈길 또한 나에게
머물고 있지 않다면 이유는 하나다.

기분 탓 이었던 게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가 그때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타'인들은 저격수처럼 당신을 어디
에선가 유심히 보고 있다.
마치 귀신같지만 귀신과는 다르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그건 소심한 탓도 아니요 예민한 성격
탓도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자 그대로 진짜 한글 인간 '타'인의
시선 때문이니
오히려 그들의 시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둔한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들은 주로 미용실에 사는데 미용
실은 그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어느 정도 알기는 알지만
(아는 정도가 아니라 속옷 색깔까지
속속들이 모르는 게 없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친구라도 부르기에는
애매한 '진정한 타인' 들이 모인 곳이다.
참으로 타인들이 활동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각설하고, 이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바로 타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인데.


보이지 않으니 어려울 것 같지만
방법은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서서 까치발을 들고 보면
사람들 사이에 '섬' 대신 '타'가 있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사람 사이에 올라 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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