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관 Mar 01. 2020

역쥐사쥐

김자까의 75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 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신청방법: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세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프롤로그- 욕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욕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측면이 있고
순간적인 어휘력을 증폭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연구로 증명되었다.
한편 욕을 할 때 나오는 갈색 침전물을
모아 실험용 쥐에게 먹였더니 쥐가 곧 죽었다. 이는 마치 간접흡연과 비슷한 모양으로 식물도 또한 욕을 들려주면 곧 말라죽어버린다고 한다.



오분 글쓰기 다시 시이작->


쥐 한 마리가 어미 품에 안겼다.
어미는 방긋 웃으며 아기 쥐가 들고 온
동화책의 제목을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어주었다.

'역 쥐 사 쥐'

아이 생쥐가 따라 한다.

'역 지 사 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쥐 이'

'지 이'

'쥐 발음이 안되나 보네? 일단 읽자
먼 옛날 옛날 두 팔 달린 사람이라는
짐승이 살았데요'

'사람? 사람이 뭐예요?'

'응 이 그림처럼 몸집이 크고 서서 다
니는 짐승들이 있었데(와 눈이 크고 머
리에는 머리카락이 있네? 추울 때는
다른 짐승으로 만든 옷도 입고 다녔네
응 그게 옷이야)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들보다 더 큰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자신보
다 훨씬 더 큰 사람들을 '거인'이라고 불렀는데 그 거인들은 구름에 닿을 만큼 키가 컸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거인들이 욕을 하기 시작했어요'

'구름만큼? 으아 엄청 크다 높으면
비행기에 그 비행기만큼 높은 거예요?
근데 욕이 뭐예요?'

'응 그 비행기만큼 키가 큰 거지.
보자 여기 설명이 있네. 욕이란 사람
들이 서로를 상처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짓궂은 말을 서로에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욕이 실제로 해로
운지 알아보기 위해 쥐에게 욕의 성분
을 추출해 먹이는 실험을 했고 쥐가
실제로 사망하자 욕이 실제로 몸에 해로운 것으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에고 이게 동화책 맞아?'

'엄마 계속 읽어줘'

'그래그래 그런데 이 거인들은 사람들
에 비해 몸집이 너무 커서 욕을 할 때
마다 작은 폭탄 같은 것이 입에서 후두
둑- 하고 떨어졌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폭탄에 맞아 다치거나 병들기 시작했답니다.

(말하자면 거인 앞에서 사람들은,
사람 앞에 생쥐 같은 신세가 된 거야)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그 폭탄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이 폭탄 성분이
사람들이 쓰는 욕과 같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우와 폭탄! 슝슝'

'그래 폭탄 슝슝! 아무튼 사람들은
욕이 나쁜 것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고
욕을 줄이기 시작하고 연구한 사실을
거인들에게 급히 알렸지만 아무리 큰
사람이래 봐야 거인의 귓불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았답니다. 또 이제 막 욕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거인들은 신나게 욕을 하며 살던 참이라 폭탄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큼 쏟아졌죠. 인간들은 죽어가고'

'죽어가는 게 뭐야?'

'하늘나라로 간다는 이야기야'

'할머니 있는데?'

'응 할머니 있는데 (요 영특한 녀석)
그래서 사람들은 기어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그들은 지구에서 완전
히 사라지기 전에 책을 하나 만들었어요. 그 책의 제목은 역지사지였답니다. 한자어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라는 의미의 제목이었는데
이건 아주 커다란 책으로 만들어져
거인들도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죠.
책에는 욕의 해로움과 거인에게는 그저
그런 욕이 인간에게 미치는 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거인들은 덕분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인간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욕의 해로움을 알았지만
그들은 욕을 멈추지 못했어요.

'으악!'

'에고 무서워라. 왜냐하면 사람들 끼
리 서로 욕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
사이의 욕은 전혀 치명적이지 않았고
때로 즐거움과 유익함 유쾌함까지 주었기에 그들은 욕을 멈출 필요성을 아예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게
인간은 멸종했고 지구에는 거인만이
남아 살았는데 어느 날 하늘에서 혜성
이 떨어져 거인들 또한 사람들 마냥
시름시름 앓다가 마침내 전부 멸종했습니다.

'멸종이 뭐예요?'

'다 하늘나라로 갔다는 거야'

'우와 엄청나다 다 죽은 거예요?'

'엄청난 게 아니고 끔찍… 여하튼 계속
보자 그때였어요. 아무도 없는 땅 위에
쥐 한 마리가 나타났지요'

'어? 할머니?'

'음 할머니일 수도 있지. 그래 할머니
라고 하자. 이 할머니 쥐는 위태로운
지구의 유일한 생명이었는데 지구가
이렇게 된 원인이 욕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욕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멸종한 인간, 그리고 거인,
그리고 실험당한 쥐들의 몸을 구석구석 조사를 했죠.
그 결과 그들의 몸에 깃든 성분
(까맣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이 지구
에 떨어진 운석의 성분과 완벽하게
같다는 것을 알고 놀라버렸죠.
쥐는 이 사실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는데
(쥐들이 파는 건 참 잘하지?)

이렇게 파고든 결과 마침내 지구 건너편 우주에 어마어마하게 큰 행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한 거기에는 지구에 살던 거인보다
더욱 큰 거인들이 사는 것도 알게 됐죠.
놀라움의 연속이었지만 더욱 놀라운
일이 있었으니 지구에 날아와 거인을
멸종시켰던 운석이
사실 운석이 아니라 먼 우주에서 그
거대한 거인들이 하는 욕의 파편이었다는 것이었지요.
너무나 큰 거인이라 욕 또한 운석만큼
커다랗던 거예요'

'우와 엄청 엄청 거대한 행성의 엄청
엄청 큰 거인에 그 거인이 만든 엄청
엄청 큰 욕 운석이네?'

'그래 울트라 캡숑 큰 거인인가 보다
그래서 욕도 운석만 했데.
할머니 쥐는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하고
정리하여 한 권의 책을 편찬했는데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를 인식하고
상황을 거꾸로 생각하여 우리만큼은
사람이나 거인과 달리 사지를 벗어나는
쥐가 되자는 의미로 역쥐사쥐 라는
책을 편찬하였다고 하네.
그리고 이 책은 오늘날 까지 전해지며
쥐들에게 널리 읽히는 고전이 된 거야.

끄읏~

오분 글쓰기도 끝


제목: 역쥐사쥐  

이전 09화 짱돌이가 밥을 좋아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