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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Feb 23. 2020

아무도 모른다

김자까의 73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채널을 찾아주시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신청방법: 채널 내 아무 영상 밑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세요.


사연: 알 수 없는 유투브 알고리즘 때문에  

잠이 안 와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잠이 안 온다.
도대체 원리가 뭘까?
유튜브 알고리즘은 대체 어떻게 움직
이는 것일까?
힘들게 제작한 영상 노출이 안 되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결국 뜬 눈으로 하루를 보내고
해가 뜰 때쯤에
새로운 콘텐츠 하나가 떠올랐다.
그래 아예 알고리즘 콘텐츠를 만들어보
면 어떨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알고리즘 편!
구성은 이렇게 해보자.

내가 사는 아파트 꼭대기부터 한 층씩
내려가며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 아는
지 물어보는 것이다.
사전 질문으로 유튜브를 하는지? 그리
고 한다면 유튜브 알고리즘의 작동원리
를 알고 있는지부터 물어봐야겠다.
본 영상에는 그 원리를 실제 시도 해보
았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마 사람마다 다양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그래 해보자. 뭐든 해봐야지.

그렇게 아파트 꼭대기부터 1층까지
알고리즘에 대해 물어보는 동안

최근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몇 사람에게
흥미로운 답을 들었다.
물론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그리고 1층에 도착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 사람의 대답이 이러했다.
'알고리즘? 당연히 알고 있죠'

나는 바로 카메라를 들었다.
'영상 담아도 될까요?'

그는 아파트 앞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유튜브 알고리즘
은 매우 위험해요'

그는 말을 끊고 주변을 살피더니 헛기
침을 하고 말했다.


'그건 아마… 아니 확실히 그쪽이 태어
났을 때부터 작동을 시작했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알고리즘이란 게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
한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더 심오하죠.
당신이 유튜브를 시작한 게 자신의 의
지라고 생각해요?'

'음…네?'

'아니요. 그건 유튜브가 의도한 거에
요. 계산된 거죠. 그쪽이 태어나 살면
서 만난 친구들, 동선들, 크고 작은
사건들, 수 없이 많은 이야기 오늘의
날씨 내일의 날씨 등등, 이 모든 게
유튜브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거라고요.
(잠깐. 듣고 있을지도 몰라요. 위를
보지 마요)

…'그래서 이것들이 모이고 모여 당신
의 어떤 동기를 건드리는 거죠.
차곡차곡 모아서 빵!
어느 날부터 유튜브를 꼭 해야겠다고!
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예요.
마침내 알고리즘이 작동한 거죠.

'저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물어본
건데요'

'그러니까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찾는 동안
이미 당신이 유튜브의 알고리즘 속에
들어와 버렸다는 거예요. 이건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부처를 찾는 격이라고
요. 그 상태로는 영영 알고리즘을 찾을
수 없어요'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가 이유
모를 웃음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

'알고리즘을 찾고 싶겠지만 유튜브가
반대로 당신의 알고리즘을 찾아 작동 시
켰잖아요. 혹시 요즘 유튜브 때문에
잠을 못 자지 않나요?'

'어떻게 아세요?'

'나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연구했거든요
아주 깊숙이. 지금 당신이 잠을 못 자
는 이유는 잠을 못 자도록 유튜브가
이곳저곳 건드린 결과예요. 아마 유투
브가 당신의 마음에 들 수많은 태그를
사용했겠죠. 아마 당신이 읽을 책이나
영상에 끝없이 끈기, 가능성, 성공 같
은 단어들을 중요한 순간마다 배치했겠지. 자극시키려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지금 당신은 트루먼쇼의 주인공이라는 이야기예요. 트루먼쇼 알죠?

이 세상은 그쪽이 그 나이쯤엔 반드시 유투버를 하도록 설계된 거대한 세트장이라는 거예요'

'허어'

'못 믿겠어요? 혹시 아파트 엘리베이터
에서 방귀를 뀌어본 적 있어요? 그럼
다들 하나같이 흠흠 하고 기침을 하지
않나요? 바로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어떻게 아셨죠?'

'그게 이 세트의 알고리즘이니까
이 세계는 방귀는 연속으로 두 번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크게 뀌어야만
화를 낼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되어있
어요'

'그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지금처럼 조사
하면 영영 답을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숲 속에서 숲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나요?'

'그럼 어떻게 해야죠?'

'세트장 밖으로 가야죠'

'어떻게요'

그가 내 귀로 바짝 얼굴을 댔다.

'거꾸로 해요. 알고리즘을 아냐고
묻지 말고 반대로 뭘 모르는지 물어봐
요. 알고리즘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의 심리 현상을 뜻하는 거예요.
이 세계의 기본 원리죠.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모르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분명 크게 동요할
거예요'

그는 이 말을 하고 총총 사라졌다.
멍하니 앉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다.
이건 편집하지 않아도 재밌겠는데?
모자이크 해서 그대로 써도 될까.
대박인데.

하지만 나는 그날도 잠에 들지 못했고
그가 한 말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사람들에게
모르는 것에 대해 물어봤다.

'모… 모르시죠?'

'저기 실례지만 그쪽은 모르실 것 같은
데'

'모르시겠죠?'

'하하 당연히 모르시겠지만'

그리고 나는 1층에서 기어코 멱살을
잡혔다. 어느 사람은 경찰에 전화를
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이러지? 모르냐는 말이
그렇게 화가 나는 말인가?
난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한 사람은 격하게 입에서 침까
지 튀겨가며 소리쳤다.

'모… 모르냐니! 그럼 너는 알아? 아냐
고! 너도 모르잖아. 누구도 알 수 없
어. 아무도 모른다고!
안다면 유튜브가 그렇게 잘됐겠어?
이 세상은 낚시터야 물고기는 사람의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너라고 다를 것
같아? 너는 뭐 날아다니기라도 하는 거
야?'

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한 대 맞았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무엇을 말하려는 지는 알겠다.
그래 유튜브가 성공한 이유.
그건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도무지 모르
기 때문이었어.
아무도 몰라.
알려고 할수록 알 수가 없게 설계된 거지.

알고리즘은 정말 모든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현상을 뜻하는지도 몰라.
그렇지만 알려할수록 모르게 되는 거지.
애초에 알고리즘 같은 건 없는 거야.

파헤칠수록 문제는 미궁에 빠지고.
벗어나려 할수록 굴 속으로 빠지는
개미지옥처럼
유튜브는 이것을 만들어놓고 살아남으
려는 유저들의 몸짓으로 무한동력을
얻고 있는 거라고!
나는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져 멀어지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이제 알았어요. 아무도
모르는 거군요! 저도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기분이 좋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게 이렇게 상쾌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아요. 이게 답이었어요. 모르는 거! 여기서 끝낼게요.
더 이상 알려고 발버둥 치지 않을 거예요.
씨발 알고리즘!'

그가 먼 곳에서 지그시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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