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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Mar 12. 2020

내가 약속에 늦는 이유

김자까의 79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방문자분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 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신청방법: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세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옛날에 한 나무꾼이 살았습니다.
그는 심성이 참 고왔는데 하루는 자신의 재주로 산속에 연못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가 연못을 만든 이유는 여름마다 목마른 산짐승들이 갈증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도무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봄에 만들기 시작한 못이 몇
달이 지나 완성되었고 여름을 맞아
한창 비가 오고 나니 못은 예쁜 물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펑! 하고 산신령이 나타났습니다.

'홀홀호올 갸륵한지고 산짐승들을 위해
연못을 만들다니 참으로 기특하도다
나도 여기서 좀 살아도 되겠느냐'

'에구 에구머니나, 그러시지요'

'고맙구나 내 은혜를 갚고자 너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노라'

나무꾼은 갑자기 나타난 산신령의 말을 듣고 한참 고민을 하다가 매번 아침에 늦잠을 자서 집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늦어지는 것이 고민이라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늦잠을 자면 산에 가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늦어지고 그럼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늦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나무를 아궁이에 넣는 시간도 늦어지게 되어 그의 노모가 찬 방에서 한참을 밭은기침을 하며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가진 나뭇가지 시계로는 산에서 해가지고 나서 돌아가야 할 시간을 확실히 알 수가 없어 그는 매일매일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했습니다.

나무꾼이 사연을 말하자
산신령이 무릎을 치며 외쳤습니다.

'오호라 그렇구나 마침 딱 좋은 것이 있으니 그 이름은 시계이니라
나에게 지금 동시계, 은시계, 금시계가 있는데 이 시계는 미래에서 온 것으로 쏼라쏼라'

'맙소사 시간을 초 단위까지 알려주는 물건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흑흑 더 이상 노모가 추위에 떠는 일은 없겠군요'

'그래 이 중에 하나 고르거라'

'이, 이것이면 되옵니다'

'동 시계?  허어 어찌 동시계를 고르는고? 어리석은 건지 어리숙한 건지.
참으로 착하도다. 딱 봐도 보이지 않느냐? 분명 금, 은이 비싼 것인데,
도무지 시험에 넘어가질 않는구나.
그래 좋다. 이 동시계를 받거라.
이 시계는 금시계보다는 정확하지 않지만, 나뭇가지 시계보다는 훨씬 정확하단다. 이와 더불어 내 너에게 복을 주겠노니 너의 후손들은 너를 닮아 착한 마음씨로 살게 될 것이며 이로써
대대손손 화목하게 지낼 것이다'

친구가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게 변명이야? 한 시간 늦었는데?'

'응 내 20대 조상님이 나무꾼이었데.
나는 그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약속시간을 잘 못 지키는 거야.
하지만 복을 받았으니 난 너와 싸울 수
없어. 난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앞으로도 너의 착한 친구가 될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할게. 이건 산신령님이 이야기한 거야. 어젯밤 내 꿈에 나왔어'

친구가 산신령 흉내를 내며 혀를 찼다.

'고오얀것, 네 엉덩이를 불나게 때려주마'


오분 글쓰기 끝

제목: 내가 매일 약속에 늦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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