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왜 밀라는 표시를 보면 당기고 싶고 당기라는 표시를 보면 밀고 싶을 까요? 저만 그런가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보자…여기는 밀라고 했으니까 당기자. 으음…이건 당기라고? 그럼 당근 밀어야지.
아무 의심도 없이 몇 날 며칠 아니 몇 년을 나는 청개구리처럼 늘 반대로 했다. 그러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리문에 받혀 머리에 혹이 나고 또 한 번은 내가 밀친 문에 치여 상대방의 고급 안경이 산산조각 난 뒤에야 (10만 원이나 물어주고 난 뒤에야) 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건 대체 무슨 심보야?'
이유를 알기 위해 난 어느 문 앞에 찾아가 미시오라고 표시한 손잡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지도 않고 바라보 고 있으니 머릿속에서 환청처럼 당겨!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냐! 왜 자꾸 밀라는 문을 당기라고 그래 대체 왜 그러는 거냐!'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 었고 이후에 문을 100번가량 밀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팔은 미시오라고 적힌 문을 글자 그래도 '밀' 때마다 간질을 일으키는 것처럼 파르르 떨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나만 그럴까? 카메라를 설치해 많은 사람이 여닫는 문을 찾아 사람들의 모습을 녹화했다. 그런데 정말 문을 여닫는 사람 모두가 미시오라는 표시를 보고
잠깐씩 멈칫하는 모습이 보였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을 되감기 해보아도 분명 그랬다. 찰나였지만 느낄 수도 없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1. 문을 보고 2. 미시오 표시를 확인하고 3. 어떤 동작을 취하는데
이 2와 3 사이의 순서에서 그 0.2초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눈빛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다시 0.4초가 되기 전까지 문을 향해 눈빛으로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건 마치 '문! 네 따위가 감히 내게? '의 메시지를 보내는 눈빛 같았다.
혹은 '문 너마저?' 같기도 했다. 마치 '안 그래도 힘든데 너마저 내게 이래야겠니?' 같았다.
짧은 순간 사람들은 이처럼 문과 가벼운 의사소통을 하고 문을 당길지 말지 결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결정에는 아주 다양한 경우가 있었지만 유독 눈에 띄는 특이한 경우가 있었다. 바로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 이였는데, 그들은 심지어 입을 어버버 거리기까지 했다. 마치 문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한동안 문 앞에 서서 대나무처럼 꼿꼿 이 정지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 '미시오'라는 표시의 버튼을 구입했 다. 이 버튼은 원격조종으로 버튼만 누르면 멀리서도 '미시오'가 '당기시오'로 빠르게 전환되는 표시판이었다.
나는 이것을 적당한 문에 붙이고 기다렸다.
오랜 시간 후에 그 사람이 나타났고 그가 문에 다가갔다. 여지없이 그는 '미시오'라는 표시를 보고 어딘가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 문을 당기려는 몸짓을 취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내가 리모컨 버튼 을 눌렀고 그가 당기려는 문이 '당기시오'라는 표시로 전환이 됐다.
예상대로 그는 당기시로 라는 문을 당기려는 스스로의 오른손을 왼팔로 꽉 잡았다. 마치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것처럼.
그리고 오작동이 일어난 것처럼 갑자기 손을 앞 뒤로 부르르 떨더니 곧 타다닥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후 엄청난 속도로 팔이 앞뒤로 흔들 리기 시작했다. (마치 가제트 팔처럼)
잠시 후 그의 머리에서는 불꽃이 확 솟았는데 추측컨대 그의 뇌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연산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 예상됐다.
분명 밀라고 하니 당기려고 했고 당기 려는데 다시 당기라고 하니 밀어야겠다 고 생각한 것이 화의 근원이 된 것일 거다.
그는 자신의 머리에 붙은 불을 황급히 끄고 (손에서 물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너무 돌아가 이미 몸에서 분리돼 땅바닥에서 파닥거리고 있던 팔을 레고처럼 몸통에 끼웠다.
그리고 누가 지켜보는 것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나를 발견하고 눈을 찡긋하더니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결국 다시 내게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나는 비밀을 지켜줘야 할까? 머리에서 복잡한 연산이 돌아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