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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Apr 02. 2020

너무 늦었지 않기를

김자까의 81번째 글쓰기

사연: 저는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
좋아요. 시간을 금처럼 생각하는?
마치…금 시계같은 사람이 좋아요.

사연 주신 분: 쿡스리님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채널을 찾아주
시는 구독자분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다
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
입니다.

신청방법: 채널 내 아무 영상 밑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이유와 사연을 적어주
세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리'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럴까 그녀는 우연
처럼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요리 컨텐츠를 만드는 그녀에게 그는
항상 알람처럼 시간을 알려줬다.

'리, 5분이야 불을 약으로 줄여'
'리, 10분이야 지금 오븐을 열어봐'
'리, 오늘 3시 56분 2초에 거기서 만나자'

그는 정말 시간을 철저히 지켰고
그녀는 그런 그에게 점점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얼굴이
아니 몸 전체가 점점 창백해지는 것이
내심 걱정스러웠다.

하루는 그가 일러준대로 정확한 시간에
맞춰 그날 요리할 소시지를 슈퍼에서
사 갖고 왔는데 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열던 그가 그녀에게 안기듯 쓰러졌다.
걱정하는 그녀에게 그가 말했다.

'리, 사실 나는 인간이 아니야, 나는
금시계야. 그때 처음 만난 시계방에서
리를 사랑하게 되어 인간이 되게 해달
라고 간절히 빌었어.
근데 리가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나는 내 금붙이를
하나씩 떼어 시간과 교환했어.

리가 늦잠을 자서 늦을 것 같을 땐
금시계의 귀퉁이를 팔아 악마에게 시간
을 샀고
리가 까먹고 음식을 새까맣게 태웠을
때도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천사에게
부탁해 맛있는 빵을 되살리기도 했어.

근데 리… 이제 나에게는 이 금시계의
금이 딱 한조각 남았어. 혹시 내가
금을 모두 잃어도 나를 지금처럼 좋아
해 줄거야?'

생각해보니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피부가 구릿빛이다 못해
금빛 피부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런데 이제 그의 몸은 어느새 모두 바래져
손목에 둘러진 금빛 팔찌만이 그가 가
진 금빛 물건의 전부였다.

그가 팔찌를 끌러 그녀에게 준다.
그리고 이런 자신을 그래도 사랑하겠
다면 자신이 내일 벨을 눌렀을 때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고 떠났다.

다음날이 되고 그가 모닝콜을 해주지
않아서일까 그녀는 늦잠을 잤다.
시간은 이미 그와의 약속시간이 한참
지난 후다.
허둥지둥 연락을 했지만 그녀는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알고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녀의 집 앞 초인종에 금빛 지문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그가 준 금
팔찌가 반짝였다.
그녀가 팔찌를 만지며 시간을 돌려달라
고 속삭이자 팔찌가 스르르 사라지고
그가 곧 벨을 누르며 나타났다.

그녀와 그가 동시에 내뱉었다.

'늦었지'
'늦었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너무 늦었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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