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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Apr 02. 2020

꽃의 뜻, 꽃말

김자까의 82번째 오분 글쓰기

사연: 인생이 뜻대로 안 될 때 힘들어요.

사연 주신 분: 홍모씨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채널을 찾아
주시는 구독자분의 사연을 모티브로
색 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
젝트입니다.

신청방법: 채널 내 아무 영상 밑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세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꿈 나무가 있었습니다.
꿈 나무는 꿈을 꾸는 나무를 일컫는데
이 나무는 사람같이 생겼고

저녁이 되면 가지 두 개가 포개어져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마치 잠자는
아기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신기하게도 꿈을
사람처럼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나무에
가지가 하나씩 돋아났습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세상에
얼마나 많은 꿈이 존재하나요?

이러한 이유로 꿈나무의 가지는
금세 자신이 자라던 비닐하우스를
가득 메우고도 곧 비닐을 뚫고 나올
지경이 되었습니다.

또 시간이 흘러 꿈나무의 꿈이 구체적
이 되자 가지 또한 굵어져서 나무는
기어이 비닐을 뚫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꿈나무의 가지는 세상에 나오자
마자 혹독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 현실이란 꿈나무의 꿈과는 맞지
않는 온도와 바람, 습도였는데

꿈나무의 상상 속 그것들은 꿈속에서
는 아름다웠지만 현실에서 자리를 잡기
에는 모두 무리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꿈 나무의 가지들은
단숨에 절반이나 말라죽었습니다.

또 이튿날이 되자 나머지 절반이 죽었
으며 삼일째는 거기에 또 절반, 그리고
절반… 절반

이렇게 꿈나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가지가 단 한 개 밖에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곧 슬픔을 추스른 꿈나무는
떨어진 가지들을 모아 꿈의 묘지를 만들었는데

마지막 가지 마져 떨어져 꿈나무가 죽을 때쯤
묘지에서는 꽃 하나가 피어났습니다.
꿈나무는 그 꽃을 일컬어
'뜻'이라고 불렀습니다.

시간이 흘러 꿈나무는 완전히 죽었습니다.

하지만 꿈나무의 가지가 뭉쳐 자라난
'뜻' 은 계속 자라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나무들은
뜻이라 불리는 저 것이 꿈나무처럼
금방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뜻은 좀처럼 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느리지만 하나씩 천천히
'뜻'이라는 꽃을 피워냈습니다.
얼마 후 나무 가득 뜻이 달렸는데
이 꽃은

마치 필 듯이 말듯이
밀듯이 당기듯이
확 피어나지도 않고 아예 여물지도
않으면서 자라났습니다.
그 모습은 꼭 꿈과 현실을 조율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뜻은 아주 천천히 몸집을 부풀
려 갔습니다.

자신을 완전히 피우지 않은 채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후 하우스에 꽃을 사러 온 사람들은 이

'뜻'이라고 하는 꽃을 보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말을 못 하는 꽃이지만 마치
이 꽃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꽃이 말을 하는 것
같다고 하여 꽃 말이라고 했고

그중 한 식물에게는 꽃 말도 상상해서
붙여주었는데
이 식물의 이름은 선인장이었고
꽃 말은 열정이었습니다.

선인장은 그렇게 누군가 자신의 꽃말을
불러주는 순간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뜻을 활짝 피웠습니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꽃의 뜻,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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