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May 04. 2020

같은 하늘 아래 -84-

봄 꽃이 진다고
바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누군가 떠난다고
내 인연을 탓하겠습니까.
언제나 이길 간절히 기도 하였지만
꽃이 지더라도
흐린 하늘이어도
난 비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이 하늘 아래 있어
그 하늘을 언제나 그리워하기에
같은 하늘 아래는 행복인 것입니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가사 중 가슴 아프게 전해지는 대목이다.

어쩌면 그 시절 조금 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평생의 그리움으로 남았는지도 모른다.


길거리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는 가던 길을 멈추게 하였고, 그 길의 중간 즈음엔 빨간 우체통이 덩그러니 주저앉은 우체국이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가 나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우체통 옆에 앉아 노래가 끝 날 때까지 앉아 있곤 했다.

큰 길 건너 지구레코드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여지없이 걸음을 멈추고 레코드점 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바람처럼 흔들곤 하였던 그 시절이 여전히 그리운 건 아마도 멈춰버린 기억이 거기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창가에 백정화가 피었다.

하얗고 작은 녀석이 필 때면 내가 널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봄이라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서 늘 피어 있는 것이 고맙다 라고 말을 한다.

마치 기억을 잡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소식 들으면 목소리 듣고 싶고,
목소리 들으면 보고 싶을 거 같고,
그러기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것이 변해버렸네요.


지난 시간만큼만 사랑하자.

함께하지 못한 시간만큼 더 사랑하자.

그렇게 다짐을 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하늘 아래 -8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