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Jul 19. 2018

같은 하늘 아래 -82-

저기 저 하늘과 나는 이제 헤어지려 합니다.
멀리서 그저 그리워할 뿐입니다
언제 다시 저 하늘을 볼 수 있을지
난 모르고 있습니다.
바람에 그 향기를 만날 수 있고,
해가 지면 눈웃음으로 그 하늘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리움은 저 하늘입니다
떨어져 있음은 다시 저 하늘입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하늘 아래 우리는
울고 있는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제 잊어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생각이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도 기억한다.

사랑을 떠나보내고 난 후 이런 마음을 먹지 않은 사람이 뉘 있을까.

우연히라도 좋으니 한 번만이라도 스치듯 지나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에게 있었던 마음일 것이다.


큰길에서 그 사람과 마주쳤다.

기다란 건널목에서...

추석 연휴에 결려온 한 통의 전화에 반바지에 하얀 반팔 티셔프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누가 봐도 방에서 뒹굴뒹굴하다 나온 것처럼 보이는 차림으로 기다란 건널목을 아주 큰 사다리를 오르 듯 힘겹게 걷다 세상 환하게 웃으며 가족들과 함께 걸어오는 그 사람

심장이 멈추는 듯한 하지만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춘다 해도 상관없었다. 

날 알아볼까?

하긴 알아본들 어쩌자고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혼잣말을 하면서 눈이라도 마주치길 바라고 있었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지만 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는 듯 무심히 스쳐갔다.


소망하는 것은 그저 소망일 뿐이다.

결코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그것을 그 날에서야 알았다.


가끔 착륙을 하는 비행기를 볼 때면 저렇게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텅 빈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내려앉는 비행기를 누구도 반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머물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머물 수 있는 곳...


환한 웃음으로 곁에 있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

온종일 소녀처럼 까르르 거리는 그 사람.

그 곁에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너무도 돌아서 와 버린 길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기에 잡은 손 놓지 않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하늘 아래 -8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